'아듀 아닌 씨유'...GM 부평2공장, 과거 닫고 미래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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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현대식 조립 공장
1962년 이후 60년 만에 멈춰
폐쇄 후 부지 활용 계획 '아직'
전기차 생산 공장 부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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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중형세단 프린스. 출처=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홈페이지
#아빠차 프린스, 삼촌차 에스페로, 조카의 엔트리카 트랙스.

한 세대를 풍미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 시절 누구의 차'로 남아있는 대우 프린스, 에스페로, 한국GM 트렉스가 이젠 흔적 조차 남기지 않고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진다. 이들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던 한국GM 부평2공장이 이번 주를 끝으로 문을 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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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라자동차시절 부평공장 모습. 사진=한국정책방송원 제공
1962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자리잡은 부평공장은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 새나라자동차가 첫 주인이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자동차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새나라자동차는 과거 일본군 군용차량을 만들던 폐공장을 수리, 국내에선 본 적 없는 컨베이어 벨트를 갖춘 현대식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새롭게 태어난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첫 차는 바로 닛산블루버드. 새나라자동차는 처음에는 일본 닛산으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했으나 공장을 짓고 난 후부터는 부품을 수입해 이 곳에서 조립 생산해 판매했다. 1962년 11월부터 1963년 5월까지 조립 판매한 닛산블루버드는 약 2700여 대에 이른다.

그러나 부평공장과 새나라자동차와의 인연은 길지 않았다. 새나라자동차가 부품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생산 차질을 빚다 닛산블루의 생산은 중단됐고, 결국 1년여 만에 부평공장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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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자동차 시절 부평공장 모습. 사진=한국정책방송원 제공
2년 간의 방황 끝에 부평공장은 신진자동차로 넘어갔다. 1965년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한 신진자동차는 부평공장을 165만 200㎡ 규모로 확장하고, 일본 도요타와 기술 제휴를 통해 국산화율 20%의 코로나, 크라운, 에이스, 퍼블리카 등을 생산했다. 이 중 코로나는 1966년 출시 이후 1972년까지 누적 4만424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출고가는 83만7000원으로, 지난해 물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950만원에 이른다.

1972년 도요타가 중국 진출을 위해 신진자동차와 제휴를 청산하자 신진자동차는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와 손을 잡고 GM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듬해 GM코리아는 '오일쇼크'로 부도를 맞았고 산업은행이 신진자동차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명이 '새한자동차'로 바뀌었다. 이후 대우그룹이 새한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부평공장은 대우차를 주인으로 맞게됐다. 20년 새 무려 네번의 손바뀜이다.

대우차는 부평공장에 기술 연구소를 세워 단순 생산 공장이 아닌 연구 단지로 변모시켰다. 또 인근에 새 공장을 지어 부평 1공장이라 칭하고, 기존 시설은 '부평 2공장'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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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중형 세단 '에스페로'. 출처=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홈페이지
1970~1990년대 부평2공장은 '대우천하'의 본진이었다. 아빠차가 대우차와 현대차로 나뉘던 시절, 대우차는 프린스, 로얄시리즈, 에스페로와 레간자, 매그너스와 토스카를 이 곳에서 생산했고, 연이은 흥행에 대우차는 중형 세단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평2공장은 또 한번의 부침을 겪어야 했다. 대우그룹이 존폐위기에 몰리면서 생산중단과 구조조정을 거듭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자마자 GM을 다시 주인으로 맞으면서 부평2공장은 GM대우 소속으로 변경됐고, 10년 후 2011년 사명이 GM대우의 사명이 한국GM으로 바뀌면서 현재까지 한국GM 부평2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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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의 조립 라인 모습. 사진=한국GM 제공
숱한 파고에도 매번 거뜬히 일어나던 부평2공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 내리막을 탄다. 경기 침체로 판매량이 줄어든 가운데 GM 본사로부터 후속 모델과 신차 배정마저 뜸해지면서 가동률이 급락했다. 그나마 공장을 돌아가게 하던 말리부와 트랙스마저 최종 단종되면서 부평 2공장은 잠정 폐쇄에 이르게 된다.

한국GM의 전신 대우자동차를 연구하는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측은 "한국GM 부평2공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자동차 공장으로, 단순한 자동차 조립시설을 넘어 한국 산업 역사의 기념비적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이번 잠정 폐쇄 결정을 아쉬워했다.

GM은 부평2공장 소속 노동자들 1200명 중 700명은 창원공장, 500명은 부평1공장으로 전환 배치를 결정했다. 다만 부평 2공장 건물과 부지의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부평공장 전체 부지에 1과 2공장이 나뉘어 있어 2공장만 따로 분리해 매각하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한국GM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공장 가동 중단 결정이 GM의 한국 철수의 일환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형준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장은 "이번 가동중단은 GM이 오래전부터 계획해오던 정략적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국내 생산 차종의 축소는 GM의 한국 사업 지속 여부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동영 자문연구원도 "중·대형 차종에 특화된 부평2공장의 무기한 가동중단은 중대형 세단/중형 SUV 물량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며, "90% 가동 시 대당 생산 비용을 1000불까지 줄일 수 있는 부평공장에 적절한 생산차종을 배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한켠에선 전기차 생산 공장으로서의 부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GM은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음을 누누이 밝혀왔다. 하지만 GM그룹 차원에서 이미 전동화 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내연기관 만큼 수요가 받쳐주면 부평2공장을 아시아 지역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부평2공장의 폐쇄로 한국GM의 국내 생산 공장은 창원공장과 부평 1공장으로 줄어든다. 부평 1공장에선 주 수익모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창원 공장에선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SUV)를 생산,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이승연 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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