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이어 메디트 품는 GS···허태수 회장 'M&A 룰'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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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과 컨소시엄 구성, 3조원대 초반 써내
GS, 인수대금 10% 조달···약 3천억으로 '승자'
휴젤 딜클로징 6개월만 빅딜, FI로 IMM인베스트먼트
오너들간 의사조율 어려워···재무건전성 유지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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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이 국내 1위 보톡스 업체인 휴젤에 이어 3차원(3D) 구강 스캐너 전문기업 메디트를 인수한다. 지난 2020년 취임 직후부터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 온 허 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던 기업 성향을 단숨에 바꿨다.

허 회장의 M&A는 특정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단독 입찰이 아닌, 재무적투자자(FI)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시킨다는 점이다.

GS그룹 지주사 ㈜GS는 전날 메디트 지분 취득을 위해 컨소시엄 방식으로 입찰참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GS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디트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주부터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인수전은 GS-칼라일 컨소시엄과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2파전'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 추산한 메디트 매각 규모는 3조~4조원이었다. GS 컨소시엄은 가장 높은 금액인 3조원대 초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이 인수 대금의 경우 90% 가량을 조달하고, GS그룹은 나머지 10%만 마련하게 된다. 약 3000억원으로 메디트 인수전의 승자가 됐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확보하지 못한다. 대신 GS그룹은 향후 칼라일이 회사를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GS그룹은 올해 4월 휴젤 인수가 마무리된지 약 6개월 만에 또다시 조(兆)단위 M&A를 성공시켰다. 휴젤 인수는 2004년 GS그룹이 설립된 이후 최초의 바이오 사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GS는 지난해 8월 싱가포르 바이오 전문 투자기업 C브리지캐피털(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 국내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휴젤 지분 46.9%(전환사채 포함)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당초 ㈜GS는 IMM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해외 특수목적회사(SPC) '디오네'를 설립한 뒤 각각 1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1750억원)를 투자해 휴젤 인수 SPC '아프로디테애퀴지션홀딩스' 지분 27.3%를 취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GS는 1억달러를 추가해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디오네 지분 62.5%를 확보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또 아프로디테애쿼지션홀딩스 지분율도 당초보다 15% 가량 늘어난 42.11%가 됐다. 최종 딜 클로징(거래종료)는 최초 계약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GS그룹은 그동안 타 그룹에 비해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자금력 덕분에 M&A업계의 큰 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빅딜' 보다는 스몰 M&A와 소규모 투자를 선호했다. 굵직한 매물이 나올 경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고 사업성을 검토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종 인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GS그룹의 이 같은 분위기는 허 회장 취임 이후 180도 바뀌었다. 그룹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허 회장은 취임 직후 특정 사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데 힘을 쏟았다. 스타트업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게 골자다. 특히 허 회장은 ▲바이오 ▲순환경제 ▲에너지전환 3가지 분야를 주력 신사업 분야로 낙점했다. 휴젤과 메디트 인수는 이와 궤를 같이한다.

눈 여겨볼 점은 GS그룹의 대규모 M&A에는 무조건 'FI'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GS가 단독으로 진행한 투자는 총 7건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최소 투자금은 3억원대이고, 최대는 123억원에 불과하다. 규모가 큰 투자 건은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지주사 뿐 아니라 계열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인수할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요기요 지분 100% 중 30%만 확보했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공격적인 M&A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대내외 변수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특히 GS그룹의 경우 오너경영인 비중이 높아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가진다. 보수경영 기조가 강한 오너3세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FI와 협력하는 것은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책'인 것이다.

동원 가능한 현금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분기 별도기준 ㈜GS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10억원이다. 특히 별도 사업 없이 전통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해온 ㈜GS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 M&A 역시 재무적 부담을 높이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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