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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일터 잃었다" 범롯데家 푸르밀 선언에 직원들 '망연자실'

"한 순간에 일터 잃었다" 범롯데家 푸르밀 선언에 직원들 '망연자실'

등록 2022.10.18 18:02

김민지

  기자

신준호 회장 차남 신동환 대표 취임 첫해부터 적자 지속노조 "독선적이고 무능력한 경영···전 직원 해고 비통"법인세 면제 혜택 보려 청산 아닌 존속 유지 가능성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돌연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임직원에게 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푸르밀 임직원 370여명과 협력사들은 당혹감과 허탈함,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전사 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와 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일은 오는 11월 30일이며 대상은 일반직과 기능직 전 사원이다.

해당 메일에서 푸르밀은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됐다"며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푸르밀 측은 "해고 통보는 50일 전까지 해야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24조 3항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푸르밀은 올해 매각이 불발되자 자구책이 없다고 판단,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이 푸르밀에 눈독을 들였지만, 지난달 공시를 통해 인수 철회를 공식화했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햄우유가 모태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신준호 회장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경영에 오랫동안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부동산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한국에 롯데를 설립하기 전 한국에 살고 있던 동생 신준호 회장의 명의로 땅을 샀는데, 이를 회사 명의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동생과 소송전을 벌인 것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승소하고 신준호 회장과의 갈등은 깊어졌다. 신준호 회장은 홀로서기를 모색했고 2007년 롯데햄우유를 떼어 내 나와 푸르밀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최대주주는 지분 60%를 지닌 신 회장이다. 10%는 신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3.5%, 우리사주조합 6.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모두 오너일가 소유다.

푸르밀은 2017년까지 남우식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해 오너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신 대표가 취임한 이후 푸르밀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취임 첫해부터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으로 적자 폭은 점점 커져갔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부산 지역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를 인수한 뒤 사모펀드에 파는 바람에 핵심 기반인 부산 소비자들 사이에서까지 외면을 받은 점도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 당시 '먹튀논란'으로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당시 신 회장은 대선주조 회사 자금 57억원을 이사회의 결의 없이 빼내 무학이 보유한 대선주조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이사들에게는 7억900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고 바로 돌려받아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는 신 회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기업사냥 행태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해고 통보에 푸르밀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푸르밀 노조는 "신 대표는 독선적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왔다"며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푸르밀 노조에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 전주, 대구공장별로 인원도 축하고 일반직 직원들은 반강제적인 임금삭감까지 당했다"며 "회사는 정상화를 위한 어떤 제시나 제안도 듣지 않고 노사 간의 대화의 창을 닫았고 일련의 과정 속에서도 회장의 급여는 삭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대표이사 면담, 부사장 면담까지 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며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대표는 '더 이상 직원들하고 얼굴 보는 일은 없다'고 답변했다"며 "그리고 11월 30일까지 직원해고 및 회사 정리를 각 부서장들에게 지시했다"고 일갈했다.

푸르밀 측이 자구노력이라 주장하는 자산 담보 제공, 매각 등을 진정한 자구노력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업계가 많이 힘든 상황에서 경영진이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영업을 종료하는 과정이 도의적으로 온당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는 비단 푸르밀 내부 직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푸르밀과 관련된 직송농가들, 협력업체 직원, 화물차 기사들의 생계에도 위협이 야기되고 있다. 유통업계 자체브랜드(PB) 상품 중에서도 푸르밀이 제조를 맡은 상품이 있는 만큼, 대체 협력사 구하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이 수백억원대 법인세 면제 혜택을 위해 법인 청산이 아닌 법인 존속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인 청산 시 면제 혜택 받은 법인세를 반납해야 하는 탓이다.

이 같은 사태에 고용노동부는 사실 확인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은 푸르밀 직원 370여명을 대상으로 한 해고 통보와 관련한 사실확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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