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향한 불안한 시선···신뢰 아직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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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모처럼 호재가 쏟아졌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한미약품이 국산 항암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한국 제약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음에도 뒤이어 발생한 부정적 소식에만 주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에 대해 FD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롤론티스는 지난 2019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승인 이후 3년만에 시판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며, 한국 제약업계 전체로는 6번째 FDA 허가 사례다. 항암 분야 신약으로는 국내 최초다.

또 롤론티스는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시판허가까지 받은 첫 제품이어서, 해당 기술을 통해 개발 중인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도 높은 상황이었다.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13일 기준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 대비 3000원(0.99%) 오른 3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미약품의 장중 고가는 32만6500원으로 오후 들어 상승세가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 거래일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유가증권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약품의 주가 상승은 향후 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롤론티스의 FDA 승인 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활기가 도는 듯 했다. 알피바이오는 금리상승 기조로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관 대상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을 심어줬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한미약품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에 대한 FDA 자문위원회의 부정적 의견 등의 소식이 들려오자 업계는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바이오의약품의 자국 생산을 강조하는 것이 골자인데, 당장 국내 기업들이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업계 견해에도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영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로 기술력을 인증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FDA의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포지오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담은 브리핑 문서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주가는 하루만에 15%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50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ODAC가 FDA에 제시한 권고안은 구속력이 없고, 최종 승인 여부는 FDA가 결정한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의 모습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방증한다.

최근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 생산에 멈춰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한미약품이 개량신약 붐을 이끌며 판도를 변화시켰고, 이후 잇따른 기술수출 호재,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상용화 성공 등으로 호황기를 맞으면서 막대한 투자금이 몰렸다.

바이오벤처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문제는 기술특례를 통해 증시에 들어선 기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기술 수출 실패나 반환, 임상시험 실패 등이 거듭돼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던 기업들도 줄줄이 중단을 선언해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아무리 신약개발 분야가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지만 믿음이 없다면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그마저도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10% 내외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없다면 자금난으로 신약개발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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