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 논쟁 가열···"음성권 보장"vs"소비자 권리"

등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 공유하기

소비자들, 녹음 기능 없어지면 아이폰으로 대거 이탈 가능성
'상대방 동의없이 통화를 녹음할 수 없다'는 조건이 핵심
범죄·사회적 약자 보호한 녹음 기능···구제받을 길 찾아야
"이번 개정안 통과된다면 예외조항도 함께 입법해야할 것"
"韓 개인정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어"

thumbanil 이미지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갤럭시의 강점이던 통화 녹음 기능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사용할 이유가 없죠." (20대 직장인 김모씨)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통화 녹음' 기능이 연일 화제다.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음성권 보장'이다. 어느 한쪽이 통화 내용을 상대방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녹음하는 것을 법으로 제재해 사생활을 보호하고 인격권 침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미국 10여개 주와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이미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플은 애당초 아이폰 시리즈 자체에 통화 녹음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에 대해 "미국에 공급되는 핸드폰의 경우 해당 국가법에 따라 일괄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모델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의 대화 녹음 또는 청취는 처벌 대상이지만 통화 당사자 간 동의 없는 음성녹음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상의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 한다'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수 없다'라는 조건을 포함했다. 이를 위반하면 통화를 녹음한 당사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특히 통화 녹음 기능은 업무상 활용과 범죄예방,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던 만큼 적지 않은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원은 최근 타인간의 대화 녹음도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워낙 강하게 폭행하거나 살해위협을 느낄 때 등 이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사례가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게 없고 생명체를 가지고 있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요동친다"면서 "신뢰사회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대화, 1대 1의 대화 모두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구제수단도 없이 개인정보보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닌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높고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예외조항을 같이 입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 강 교수는 "당사자 간의 대화가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된다면 현행법을 어떤 규정을 통해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며 "법은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안 된다는 건 곤란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7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갤럭시의 강점 중 하나인 통화 녹음 기능이 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애플 등으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개정안이 실행되면 사실상 통화 녹음 기능은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서 갤럭시를 업무용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통화 녹음은 업무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능인데, 이 기능이 사라지면 굳이 갤럭시를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씨는 "자동으로 통화가 녹음되는 기능이 사라진다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 7월에는 김광림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의원이 이용자가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 사업자가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상대방의 '동의' 여부가 아닌 중국 샤오미 일부 제품과 구글 픽셀폰 등과 같이 녹음 여부를 알림을 통해 상대방에게 통지한다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약자보다 강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냐며 개정안의 취지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강 교수는 "피해를 당하는 사회적 약자, 일반적으로 갑질을 당하거나 성적 피해자 등이 입증할 방법이 없다"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 간 대화에서도 통화 녹음을 하면 안 되겠지만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서영 기자 yunsy@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 공유하기

관련기사

더보기
ad
최상단상단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