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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줄여도 많이 팔리는 韓..."호구가 따로 없다"

벤츠의 민낯②

투자 줄여도 많이 팔리는 韓..."호구가 따로 없다"

등록 2022.08.10 07:00

이세정

,  

이승연

  기자

고객의 계속되는 품질 저하 호소에도 벤츠코리아 당당함지난해 韓 투자금 17억...전체 매출 6조원 대비 '푼돈' 수준'20년 美·韓 벤츠 배출가스 조작 사건, 실라키스 사장 면죄부부동의 판매 1위 자만..."공들이지 않고 판매, 韓시장 인식 만연"

투자 줄여도 많이 팔리는 韓..."호구가 따로 없다" 기사의 사진

고가 라인인 S클래스 결함 조차 소극적으로 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대표 토마스 클라인 Thomas Klein)의 서비스 태도는 벤츠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무성의하고 인색한 지를 대변한다. 실제로 벤츠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서 줄여가고 있는데 이에 반해 한국 내 판매량은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벤츠에겐 이 만한 호구가 없다. 계속되는 품질 저하 논란에도 벤츠코리아가 늘 당당한 이유다.

벤츠의 인색함은 수치상으로 드러난다. 벤츠코리아가 올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가 지난 1년 간 한국 시장에 쏟은 투자금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6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지만, 벤츠코리아의 연매출 규모가 6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푼돈'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2018년과 2019년, 벤츠의 한국 시장 투자금이 각각 77억원, 59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힘을 빼고 있는 지 대략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벤츠 판매량은 수년 간 한국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7만6152대로, 전년 동기(7만6789대) 대비 0.9% 감소했지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5년 이후 6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기록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2위 BMW가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지만, 올해(1~7월) 누적 판매량 4만 4653대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점유율 또한 29.29%로, BMW(28.24%)보다 1.05%p(포인트) 앞서 있다. 올해 전기차 외 새로 선보인 차가 거의 없음에도 신차 출시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벤츠 마이바흐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며 '궁극의 럭셔리(Ultimate Luxury)'를 지향하지만 잇따른 잔고장과 고자세의 서비스 정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벤츠 마이바흐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며 '궁극의 럭셔리(Ultimate Luxury)'를 지향하지만 잇따른 잔고장과 고자세의 서비스 정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투자를 줄였음에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벤츠에게 한국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잘 되는 시장이라는 시각이 깔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지 벤츠는 한국의 고객 차량 결함 사례에 유독 더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불거진 마일드 하이브리드 결함에 따른 시동꺼짐 현상과 관련, 일본에선 이미 지난해 전량 리콜 조치를 끝낸 반면, 한국에는 늦장대응도 모자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그친 무상수리를 단행했다. 일부 고객들은 무상수리 이후에도 같은 증상이 반복되자 재입고시켰다.

또한 2020년 미국과 한국에서 불거진 벤츠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 미국에선 조 단위 금액에 일찍이 합의한 반면, 한국에선 서류 미제출 등 비협적인 태도로 조사를 지연시켰다. 아울러 조작 혐의 책임자로 지목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당시 벤츠코리아 대표는 도피성 출국 이후 임기가 끝나도록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벤츠가 본사 차원에서 실라키스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얘기다. 나아가 이는 벤츠 독일 본사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시장에선 벤츠 삼각별에 대한 한국인의 로망을 이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대부분은 벤츠의 '삼각별=성공 이미지'라는 고정관념에 S클래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는 벤츠의 상술을 한국인의 심리를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수입 브랜드 장사꾼으로 일컫는다.

이 또한 수치상으로 입증이 가능하다.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대리점에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지원한 돈, 즉 지급수수료의 규모는 약 58억원으로, 전년 동기(23억원) 대비 2배를 훌쩍 넘어선다. 물론 이 또한 100억원에 달했던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AS 보단 판매에 더 치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벤츠의 이 같은 기세가 한국 시장에서 앞으로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한국 내 벤츠 판매량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단지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물량 감소 탓으로 돌리기엔 같은 조건에서의 BMW와 볼보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올해(1~7월) 누적 판매량만 놓고 보면 벤츠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월별로는 BMW가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볼보 역시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으로 이어지는 빅4의 틈을 해집고 4위로 올라섰다.

일각에선 제네시스 등 국내 프리미엄 모델들의 거침없는 성장세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벤츠의 품질 문제와 무성의한 대응 등과 맞물려 벤츠 구매를 꺼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벤츠 S클래스와 비교되는 제네시스 G90의 경우 올 상반기 총 9134대 팔리며 7450대(마이바흐 포함) 판매된 S클래스를 밀어내고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난공불락의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투자 줄여도 많이 팔리는 韓..."호구가 따로 없다" 기사의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수록 벤츠의 내연기관 1위의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연기관 시대 브랜드의 가치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기차 시대의 대표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와 현대차로 재편되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벤츠는 후발주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이는 내연기관의 무성의한 대응 등과 맞물려 벤츠의 입지가 위축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의 서비스 정책에 숨어 국내 시장을 단순한 판매처로 여길 뿐 사실상 소비자를 호구로 알지 않냐. 특히 수입 메이커에서 중요한 부분이 서비스인데 한국 내 투자를 줄였다는 것은 향후 고객 편의성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며 "이는 이미 벤츠코리아의 AS 대응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벤츠라서 가능했지만, 제네시스 등 국내 프리미엄 모델들의 성장세, 빨라진 전기차 시대 등에서도 지금과 같은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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