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왜 여의도역 간판에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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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5호선 여의도역 부역명 권리 낙찰
소방수 등판한 이영창 대표, 이미지 개선에 집중
자기자본 5조원 넘어서면서 초대형IB 인가 앞둬
사학연금 신사옥으로 본사 이전 등도 염두 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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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아마도 '라임펀드' 사태 관련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 아닐까요?"(A증권사 관계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 부역명을 넣을 수 있는 간판의 주인으로 신한금융투자가 최종 낙찰됐습니다. '한국의 맨하탄'으로 불리는 여의도역 인근에 증권사를 비롯한 투자기업들이 많지만 여의도역 부역명 입찰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역 역명병기에 신한금융투자가 홀로 나선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대체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초대형IB 진입을 앞두고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이미지 개선에 방점을 찍기 위함일 것이라 입을 모았습니다. 취임 직후 신한금융투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죠.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역 역명병기 입찰에 최종 낙찰됨에 따라 여의도역이라는 역 명칭 뒤에 '신한금융투자'라는 이름을 추가로 기입하게 됐습니다. 각종 안내 표지판과 역 명판, 차량 안내 방송 등에도 여의도역과 함께 신한금융투자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창립 이후 대한민국 대표 업무지구인 여의도의 역사와 성장을 함께해온 만큼 여의도역이 신한금융투자역으로 불리는 것은 대한민국 자본시장 대표증권사로 발돋움하는 신한금융투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진행된 여의도역 역명병기 입찰에 홀로 참여했고 한 차례 유찰됐습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는 수의계약을 통해 여의도역 역명 병기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역 역명병기 입찰 가격으로 3억50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평가금액인 2억4700만원보다 41.7% 높은 금액이죠.

여의도역은 하루 10만명에 육박하는 유동인구가 타고 내리는 서울의 대표적 지하철역이고 이 역 인근에만 무려 14개 증권사의 본사가 존재합니다. 여의도역과 지하 아케이드를 통해 증권사 본사 건물이 연결된 회사도 있지만 이 역의 이름에 회사 이름을 걸겠다고 관심을 가진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지요.

내부에서는 앞으로 3년 동안 회사 광고가 항상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아 그만큼 광고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인 셈이죠.

또 같은 신한금융그룹 산하 회사인 신한카드가 을지로3가역 부역명을 따내는데 무려 8억7400만원의 돈을 썼기에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용 지출이 적어보입니다.

아울러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의 부역명을 따낸 하나금융그룹, 4호선 명동역 간판에 이름을 새긴 우리금융그룹 등 금융권 전반이 지하철역 부역명 따내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의도역과 인접한 9호선 샛강역은 2023년까지 'KB금융타운역'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는데 KB증권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이 권한을 2020년에 따냈습니다.

다시 입찰 과정을 살펴보면 여의도역 부역명 권한에 대한 경쟁 대상은 없었습니다. 굳이 감정가 대비 큰 금액을 적어낼 필요가 없었단 점이죠. 같은 시기에 진행된 3호선 압구정역 역명 병기에는 압구정역과 인접한 현대백화점이 4억7400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압구정역 최근 감정가가 4억6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감정가 대비 2.8% 높은 금액만 준 것이죠.

그렇다면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역 역명 병기'를 꼭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현재 여의도역 1번출구 앞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서울회관 빌딩 입주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됩니다. 사학연금 서울회관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의도역과 바로 맞닿은 이 건물로 본사를 옮긴다면 광고 효과는 더욱 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신한금융투자가 여의도역에 보인 관심을 풀이하기엔 다소 부족합니다. 결국 여의도역 역사 1㎞ 내 14개의 증권사 중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것을 두고 '라임펀드 사태'로 인해 훼손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함일 것이란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영창 대표는 지난 2020년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신한금융투자를 구하기 위해 소방수로 등판한 인물입니다. 이 대표는 대우증권 근무 시절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고객 중심 경영으로 WM분야에서 성과를 거둬 대우증권 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도 '고객관리' 전문성을 고려해 이영창 대표를 낙점 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취임한 이 대표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라임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로 바닥에 떨어진 고객 신뢰 회복에 집중했습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내부적으론 금융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조직과 상품판매제도를 개편했습니다. 특히 상품관리부는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 산하조직으로 객관적 기준으로 상품을 심사하며 외부 상품 운용사를 관리하는 기준도 신설해 상품 판매와 사후관리 절차를 엄격화 했지요.

그 결과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 대표가 전사경영관리, 리테일·WM 등 영업채널을, 김상태 대표가 IB 및 기업금융 분야를 맡아 신한금융투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가 IB와 기업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기존 '금융사고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더욱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이 대표가 '이미지 개선'에 더욱 집중하는 것은 올해 신한금융투자가 창립 20주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2 창업에 준하는 한해'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자기자본 5조원을 돌파하면서 초대형 IB 진입을 앞두고 이미지 개선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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