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철회, '부자감세'로만 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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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주식시장이 한창 시끄럽습니다. 윤 당선인의 자본시장 핵심 공약이었던 '주식 양도소득세 철회'에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세를 공약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주식 양도세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큰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과 개인 투자자 보호가 명분이었는데, 이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호응은 대단했죠.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가는 듯합니다.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세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 역시 "점진적으로 주식 양도세를 폐지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호 부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5000만원 이상의 양도소득을 올리는 투자자는 전체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식양도세 폐지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아무 혜택이 가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개인투자자와 '대주주'를 확실히 갈라 놓은 셈입니다.

물론 주식양도세 폐지가 부자감세가 아니냐는 의견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수백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떼지 않는다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어긋날 테니까요.

하지만 정책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 증시는 윤 당선인의 말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며 박스권에 머물러 왔는데요. 막대한 물량을 쥔 '큰 손'들이 가치투자 관점에서 보지 않고 단타로만 접근했던 게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연말만 되면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습니다. 보유주식을 대주주 기준인 10억원 밑으로 내리기 위한 강한 매도세는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가 시행되면 큰 손들은 미국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것이 뻔합니다. 실제로 대만은 지난 1989년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가 1개월 만에 증시가 40% 가까이 폭락하자 결국 다시 폐지시켰죠.

또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도 뜯어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10억원 이상의 주식만 가지고 있어도 대주주로 분류돼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10억원 어치 들고 있는 투자자를 '대주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금융 선진국들처럼 '총액기준'을 빼고 '지분기준'으로만 대주주 여부를 따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아쉽습니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을 '부자'와 '일반인'으로 나누려고 하는 것도 영 마뜩하지 않습니다. 정치권 입장대로 소액주주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상위 1% 부자가 되면 안 되는 걸까요. 주식투자자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먹고사는 사람인데 말이죠.

따라서 지분 기준으로만 대주주 여부를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부자들에게 차등 과세했으면 합니다. 일반인도 주식투자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야 지긋지긋한 '박스피'도 끝나게 될 겁니다. 부디 새 정부와 국회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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