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LCC를 위한 항변..."진에어가 아직도 밉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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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난 4월 14일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토교통부의 운수권 배분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었고 억눌려온 항공 수요가 폭발할 것이 분명한 만큼, '황금노선'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은 치열했습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었습니다. 그동안 대형항공사(FSC)만 취항해온 몽골 하늘길이 저비용항공사(LCC)에도 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오후 늦게 발표된 운수권 배분 결과, 승자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었습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주4회, 주3회의 운수권을 확보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주1회의 운수권을 추가로 받으며 선방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축배를 들 동안 남몰래 눈물을 훔친 항공사가 있습니다. 바로 한진그룹 계열 LCC인 진에어입니다. 진에어는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단 1개 노선도 얻지 못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진행되는 만큼, 진에어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운수권 잔치에 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에어의 속이 유난히 쓰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정부가 진에어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한때 진에어는 제주항공과 함께 국내 LCC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였습니다. 2008년 대한항공이 100% 출자해 설립한 진에어는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를 모기업으로 둔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이윽고 'LCC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진에어는 고공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알짜' 대접을 받게 된 진에어는 2013년 대한항공의 품을 떠나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진에어 위상이 흔들린 계기는 2018년 불거진 '불법 임원' 논란입니다. 미국 국적의 조현민 현 ㈜한진 사장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입니다. 조 사장을 등기임원에 올린 진에어 잘못이 명백했지만, 오히려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향한 비판이 더 거셌습니다. 6년간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것은 물론, 사실상 등기이사 선임을 묵인해준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궁지에 몰린 국토부는 뒷북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불법 사유는 이미 해소됐지만, 면허 취소 등 초강력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진지 4개월 만인 2018년 6월 진에어의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기재 도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제재 해제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영문화가 개선될 때까지'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조건을 달았습니다.

진에어는 2019년 9월 약 1년간의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제재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독립경영체제 확립과 경영 투명성 강화, 준법경영 등 세부항목만 17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습니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기업에 '괘씸죄'를 묻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경쟁 LCC조차 '과도한 규제'라며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진에어는 이듬해 3월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며 마지막 승부수를 날렸고, 국토부는 진에어에 내린 제재를 풀어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타이밍에 제재를 해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진에어에 대한 앙금이 풀린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후폭풍을 의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제재 해제 이후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진에어는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9년과 2020년 이뤄진 두 차례의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면서 타 LCC에 비해 노선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길어지면서 회사 경영환경은 악화됐습니다. 재도약을 위한 '한방'이 필요하던 진에어가 이번 운수권 배분에 품은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특정기업을 대놓고 두 번 죽이는 후진적 처사"라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운수권과 슬롯 배분 등 전권을 쥔 국토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직원들이 느낀 허탈감과 상실감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국토부가 앞으로 노선을 배분할 때, 기업결합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항공업황 반등 기대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만 앞세우는 처사가 과연 옳은 일인지 국토부에 묻고 싶습니다. 진에어를 향한 노여움이 풀리기는 할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4년간 고통을 감내해온 진에어 임직원들에게 국토부가 오히려 '절대권력'을 이용해 또다른 갑질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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