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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줄서도 행복"···15조 시장 커버린 명품이 뭐길래

NW리포트

"밤새 줄서도 행복"···15조 시장 커버린 명품이 뭐길래

등록 2022.02.23 07:30

천진영

  기자

글로벌 명품 시장 25년까지 연간 6~8% 성장세 MZ세대 큰 손으로 부각, 오픈런에 리셀테크 활황 온라인 명품 시장 덩치 키워···정가품 논란은 과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가치소비냐 사치냐. 더 이상 명품 소비 행태는 흑백 논리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보복 소비로 이어졌다. 젊은 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가장 큰 변화다. 모바일에 친숙하고 구매력을 갖춘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웃돈을 주고 되파는 '리셀' 문화도 가파르게 덩치를 키우는 가운데 명품업계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가격 정책으로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22일 글로벌 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2830억유로(약 381조999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2200억유로) 대비 28.6% 성장한 규모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2810억유로) 수준을 회복했다. 연간 6~8%의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5년까지 3600억~3800억유로(약 485조~512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덩달아 중고 시장도 급 성장했다. 명품 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0억유로(약 44조원)로 추산된다. 2017~2021년 대비 65% 성장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제품 명품 시장이 12%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시대에 직면하면서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도 나란히 덩치를 키웠다.

◇온라인 익숙한 MZ세대, 명품 시장 큰 손으로 등극 =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한국 온라인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747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전체 명품 시장 전체 규모(15조8800억원)의 11%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약진과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태세 전환으로 향후 시장 장악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백화점 대비 평균 10~20% 할인된 가격이다. 명품 소싱 방법 등을 포함한 유통 구조가 다른 영향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빅3사 중 머스트잇과 발란은 오픈마켓 형태로 명품을 판매한다.

세부적으로 머스트잇은 병행수입 셀러들이, 발란은 국내 병행업체와 해외 부티크로 나눠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트렌비는 전세계의 6개국의 해외지사들을 통해서 직접 소싱해 통관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의 경우 오프라인 대비 재고가 충분하고, 유럽 현지 부티크를 거치는 만큼 국내 매장 대비 브랜드 및 제품 가짓수가 다양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며 성장세를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보복소비·오픈런·리셀테크···명품, 부르는 게 값 = MZ세대가 명품을 대하는 태도는 중장년층 기성세대와 확연히 달랐다. 백화점 영업 시작과 동시에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과 '리셀테크(리세일+재테크)' 등으로 중고 명품에 익숙한 점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보복 소비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도 소비를 촉진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테크의 일환으로 명품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희소성이 있고 인기 있는 명품을 구매해 프리미엄을 붙여 다시 되파는 이른바 리셀 시장도 활황이다. 리셀 문화가 정착되면서 중고 시장에서 명품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명품업계로선 이러한 현상이 달갑지 않다. 고유 브랜드 가치를 벗어나 돈이나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우려 요인이다. 이에 가격 정책으로 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시내 면세점 이탈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타격으로 급감한 관광객의 빈자리를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이 차지하면서 브랜드 훼손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거나, 중국 본토에서 되팔 때 가품(짝퉁)을 키워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가품 논란, 명품 브랜드도 맞대응 = 명품 시장이 보복 소비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리스크도 존재한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코로나19 한파 속에 백화점업계는 명품 판매 성장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향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거나 해외여행 재개로 명품 구매처가 다변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명품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품 이슈도 떼어놓을 수 없다.

주요 플랫폼사는 자체 검수팀을 통해 가품을 걸러내고 가품이 발견될 경우 200% 보상책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가품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는 점은 의심을 떨치기 힘든 대목이다. 가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야만 제대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명품 브랜드 역시 다양한 인증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가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제품마다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해 가방 등의 안쪽에 새기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개런티 카드 대신 가방 안에 금속 칩을 삽입해 정품 인증·보증 서비스를 하고 있다.

루이비통 모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2019년부터 블록체인 플랫폼 '아우라'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발급하겠다는 의미다.

LVMH는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콘센시스와 협력해 아우라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프라다 그룹과 까르띠에를 보유한 기업 리치몬트가 해당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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