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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유아인, 이 배우의 잔혹했던 연기 스타일

[NW기획] ‘베테랑’ 유아인, 이 배우의 잔혹했던 연기 스타일

등록 2015.07.24 08:49

수정 2015.07.26 15:36

김재범

  기자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한국영화 역대 최강의 악역을 꼽자면 어떤 캐릭터가 떠오를까. ‘공공의 적’ 1편에서 등장한 ‘패륜아’(이성재) 캐릭터, ‘올드보이’ 극강의 악역 이우진(유지태),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장경철(최민식), ‘추격자’ 사이코패스 지영민(하정우), ‘황해’의 감정 제로 인간 면가(김윤석) 등 여러 인물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음 달 5일 ‘베테랑’이 개봉하고 나면 또 한 명의 절대악 캐릭터가 한국영화계에 이름을 아로 새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 ‘선배 악역’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타입의 악마가 탄생될 것이다.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다.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는 국내 손꼽히는 재벌가의 3세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적자’가 아닌 ‘서자’라는 것. 스스로가 느끼는, 아니 재벌가란 시스템 속에서 조태오는 결함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결함을 패악에 가까운 악행으로 풀어낸다. 조태오의 잔혹스러움은 무소불위의 힘을 이용한 폭력이 아니다. 소시오패스적인 감정 결여다. 그는 자신의 폭력과 힘의 과시를 즐기기 보단 오히려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베테랑’ 속에서 보이는 유아인의 나른하면서도 귀찮은 듯한 표정과 대사처리는 ‘조태오’의 악랄함을 사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장치다.

사실 ‘베테랑’이 언론에 공개되기 전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많았다. 유아인은 그동안 삐뚤어지고 반항아적인 청춘을 연기해 왔지만, 모두가 대중들의 응원을 받는 캐릭터였다. JTBC 드라마 ‘밀회’에선 여심을 울리는 극한의 멜로남 ‘이선재’를 창조해 낸 당사자도 유아인이었다. 이런 유아인에게 일말의 동정심조차 느낄 수 없는 악역 변신은 사실 무리였다.

‘베테랑’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조차 “처음 유아인의 출연 결정 이후 무작정 ‘환호’를 했다”면서도 “하지만 나중에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쭉 보고 나선 겁이 났다. 대체 ‘내가 이 배우에게서 어떻게 조태오를 꺼낼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아인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조태오’를 정확하게 꿰뚫고 간파했다. 류 감독이 캐스팅을 위해, 다소 포장된 시나리오를 건냈던 것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조태오’에게 무슨 사연이 이렇게 많냐”면서 “그냥 나쁜놈 아닌가”라고 역으로 제안했다는 것.

이후 촬영 현장에서 보여 준 유아인의 모습은 류 감독과 스태프들을 경악케 만들었다고. 유아인 특유의 귀족적인 분위기와 함께 그만이 담고 있는 일종의 나르시스한 느낌과 귀찮은 듯 툭툭 던지는 대사처리가 류 감독과 스태프들을 전율케 했단다.

영화 '베테랑' 중 한 장면영화 '베테랑' 중 한 장면

류 감독은 “일반적으로 악역이라면 폭발시키는 연기를 선보이는 게 대부분이다. 기존의 악역들도 삼키는 가운데 감정의 폭발이 꽤 등장하는 연기를 볼 수 있다”면서 “유아인은 달랐다. 내가 생각한 ‘조태오’를 설명조차 안했는데 정확하게 간파했다”고 전했다.

특히 영화 속 화물차 운전기사 폭행 장면에서 운전기사의 아들을 연기한 아역 배우와의 협연 장면에선 모든 스태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고. 당시 장면에 대해 류 감독은 “실제로 그랬다. 그 장면을 찍으면선 나도 순간 적으로 울컥했다”면서 “특히 여자스태프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질 정도였다. 다들 유아인만 나오면 눈에 하트가 그려지던 여자 스태프들이 그 장면 촬영 이후 유아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그냥 조태오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극찬했다.

유아인은 ‘베테랑’을 통해 악역 변신에 도전한 게 아니다. 그의 또 다른 연기 패턴을 보여 준 것뿐이다. 그저 그것이 유아인이 연기를 할 수 있는 여러 캐릭터 가운데 하나란 점에서 더욱 소름이 끼친다. 대중들이 알고 또 대중들에게 각인돼 왔던 배우 유아인의 연기는 ‘베테랑’ 이후로 또 다른 진화를 이룰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 ‘베테랑’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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