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의 마지막 역작'···기업은행, '실리콘밸리式 벤처대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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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부족해도 기술력·잠재력으로 대출 제공
은행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받아 리스크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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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기업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지원 방식을 벤치마킹한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담보·재무제표 대신 '성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시스템인데,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이러한 시도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벤처기업의 숨통을 틔울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Venture Debt)' 운영을 위한 막바지 검토에 한창이다. 벤처기업 지원 방안을 구상하는 금융당국과 조율해 이르면 이달말 상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이 준비한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은 재무제표나 담보가치가 아닌 성장성 중심의 심사를 거쳐 창업·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초기 투자 유치 이후 후속 투자를 받기까지 자금이 부족한 기간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추천받은 우수 창업기업은 이를 활용해 최근 1년 이내 투자유치금액의 50%(창업 3년 이내 기업은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기술력·성장잠재력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한 뒤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대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워런트(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활용해 은행의 손실 리스크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동시에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기업은행은 이자율을 낮추는 대신 기업으로부터 소액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한다. 가령 10억원 대출을 원하는 벤처기업이 워런트 비중을 10%로 제시하면, 은행은 1억원의 BW를 받고 최종 금리를 4.5%로 정하는 식이다. 채권 비중이 커질수록 금리는 낮아진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트위터 등 지원으로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프로그램과도 유사하다. SVB는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와 연계해 이들이 1차적으로 투자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며 통상 대출액의 4~5% 정도를 보통주 또는 우선주 워런트로 받는다. 우량 VC·PE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기업이라면 성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략이다. 이를 통해 SVB는 매년 두 자릿수의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민간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등 벤처생태계와 협업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출과 차이가 있다"며 "재무성과나 물적 담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미래성장성 위주로 심사하며, 은행은 워런트로 손실 만회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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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 창립 61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번 상품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500스타트업스 등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둘러본 그는 귀국 후 곧바로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서의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동시에 SVB와 손을 잡고 이들의 대출 방식을 국내 여건에 맞춰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다음달부터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의 시범운영에 돌입한다. 또 혁신창업 육성플랫폼 'IBK창공' 등 은행 내 여러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창업기업의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기업은행의 이번 행보로 국내 창업생태계가 활기를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벤처업계는 시장의 유동성 위축과 맞물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금융권의 각별한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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