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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기업문화 조성 최고"···경영진·대기업 쓴소리도

MZ, 한국경제를 말하다

"기업가 정신, 기업문화 조성 최고"···경영진·대기업 쓴소리도

등록 2022.10.31 09:26

김현호

  기자

기업문화 조성·일자리 창출···MZ가 원하는 기업가 정신변화하는 기업, 직급 없애고 복장자율화 등 업무환경 개선3·4세 경영인 쓴소리도···10명 중 8명 "부모 잘 만나 회장"중소기업 비율 99%, 대기업 책임 강조···이해 못하겠다는 지적도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등 대외 여건 악화에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로 인해 수출과 소비 모두 위축된 상황입니다.

뉴스웨이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 주력 세대로 부상한 MZ세대에게 이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향후 우리 경제를 책임질 이들에게 위기를 돌파할 해법도 들어봤습니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직장인, 공무원, 교수, 대학원생 등 214명의 MZ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MZ세대는 새로운 경제 활력 방안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뉴스웨이는 조사 결과를 현 정부의 '경제 아젠다'로 제안하고, 경제리더들의 생각을 더해 한국경제의 '혁신의 길(New's Way)'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의 술자리에선 종종 '꼰대', '부장님 아니냐'는 등의 말이 흘러나온다. 주로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썰렁한 농담이 나올 때 듣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치부될 수 있으나 MZ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기업으로선 예민한 문제다. 기업들이 앞다퉈 유튜브, ○○ 데이, 소통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이유다.

기업의 목적이 '돈'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 증진까지 확장되고 있다. 기업문화 혁신의 중심이 된 MZ세대도 '신기업가 정신'에 대한 질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직급을 폐지하거나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는 등 기업문화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특권층에 대한 쓴소리와 대·중소기업 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사진=박혜수 기자사진=박혜수 기자

◇기업문화 조성 응답, 10중 4명꼴=뉴스웨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MZ세대에 설문조사를 응답한 결과,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조직 구성원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36.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혁신과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가치 제고(26.17%), 기업 외부의 이해 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한 윤리적 가치 제고(14.95%)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신기업가 정신' 실천명제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월17일 대한상의는 한국경영학회와 '신기업가정신 확산 및 이해관계자 중심경영 인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기업문화 개선 ▲지속적 혁신·성장 등을 실천 과제로 선택했다. 양측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공동사업 개발, 실태조사 및 교육·훈련·실습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들은 부장·차장·과장 등으로 나누던 직급을 통일하거나 업무와 복장문화를 개선하는 등 조직환경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로'와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현대차는 '매니저', SK와 LG는 각각 TL·PL, 책임·선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 토스증권, 카카오페이 등 증권업계도 직원들의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하는 추세다.

또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을 마련했고 CJ도 서울 용산구와 일산에 이어 향후 강남 및 경기, 제주도 등으로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보수적인 문화가 강했던 은행은 딱딱한 정장과 유니폼을 폐지하면서 근무복 자율화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자율출퇴근 체제를 도입해 근무 환경에도 변화를 줬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까지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많은 4만6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고 포스코(2만5000명), KT(1만6000명) 등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올해 5월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통해 "(일자리 창출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좋은 방향이 될 것으로 생각해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팀장은 "MZ세대가 전반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아직까지 불만족스러운 부문이 있기에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윗세대와의 소통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소통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MZ세대와 윗 세대간의 소통문화가 정착되려면 수평적 조직 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혜수 기자사진=박혜수 기자

◇기업인·대기업 책임도 강조···이해 못 한다는 지적도=공정과 상식에 예민한 MZ세대는 기업인들에 대해 쓴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기업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3·4세 경영인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10명 중 8명이 '실력보다 부모 잘 만나 회장 됐다'라고 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이들이 '특권계층을 영속화 시킬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실력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응답 비중은 80%에 달했다.

실제 주요 대기업은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3·4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동일인까지 지정되며 이미 3세 경영을 완료한 지 오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씨와 장남 최인근씨는 각각 SK하이닉스, SK E&S에 입사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는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각자대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등은 4세 체제의 '신호탄'을 쏘아둔 상태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 중심으로 2·3세 경영 체제가 이어지다 보니 젊은 세대에서 '세습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에도 오너 중심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있어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경영인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부정적 의견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책임을 주문했다. '중소기업을 가장 공정하게 대우하는 대기업은 어떤 기업'인가와 관련한 질의에 삼성(34.11%)을 제외한 단 한 곳도 채 20%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한화, 오뚜기, 외국계 기업 등 '기타'로 답한 비율은 24%를 기록해 응답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대·중소기업 간 간극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728만6000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했다. 또 중소기업 종사자는 전체 80%가 넘는 1754만명으로 집계됐으나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증가한 47%에 머물렀다.

다만, 이미 대기업은 책임 있는 자세로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 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중소기업 비중이 99%가 넘는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매출은 물건이 팔리지 않거나 여러 이유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이어 "기업가 정신이라는 건 스스로 자립하는 자수성가에 대한 개념"이라며 "기술탈취, 인력 빼가기, 불공정거래 등은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위원회에 협력기금도 지원하고 있어 MZ세대가 중소기업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문도 있는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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