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에 해외로 눈 돌리는 건설업계···제2 중동붐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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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사우디, 쿠웨이트 등 산유국 오일머니 푼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어려움 겪는 국내 주택부동산
건설업계, 고환율 덕보기 해외로 눈돌리기 스타트
정부, 원팀코리아로 해외 수주 적극 지원 방침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 원전·친환경 주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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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고환율·고유가에 힘입어 해외건설 수주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사진=국내 한 건설사 해외현장 전경
건설업계가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과 경기하락으로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고환율‧고유가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높아진 까닭이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에서 해외건설 관련 중소‧중견기업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도화엔지니어링 ▲세아STX엔테크 ▲유신 ▲영진종합건설 ▲케이씨아이 ▲삼우씨엠 등 민간기업이 참석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서는 이원재 국토부 1차관과 이강훈 KIND 사장을 비롯해 해외건설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해외건설 관련 공기업과 국내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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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규모를 연 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은 국토교통부가 세운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에 대한 정책목표와 전략 추진방향. 사진=국토부
정부와 유관기관은 기업들에게 현재 제공 중인 다양한 지원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면서 국가 차원의 해외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른바 '원팀코리아'로 해외건설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투자개발형 사업과 원전과 친환경분야 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연 30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된 해외 수주액을 연 500억 달러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특히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해외건설시장 진출에 정부가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고유가‧고환율로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성과와 전망치가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비를 한화(韓貨)가 아닌 달러를 기준으로 책정해달라는 요청과 미수금 발생 시 국가차원의 지원 등의 건의사항이 나왔다.

◆고유가‧고환율 기회삼아 폭풍 수주

해외건설업계는 올해 수주액을 크게 늘렸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09억6995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3년 연속 300억달러 돌파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180억달러 수준으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9년의 아픔을 완벽히 걷어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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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의 연도별 해외건설 관련 수주액 변동 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그래픽=장귀용 기자
해외건설업계의 선방에는 고환율이 큰 역할을 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14일 기준 1392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390원을 넘긴 것은 13년 5개월 만이다. 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20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환율이 오르면 입찰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생겨서 건설업계의 해외 건설 입찰 경쟁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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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기조도 해외건설업계에는 호재로 평가된다. 유가 강세가 이어지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건설발주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3일 기준 중동 지역 해외 건설 수주액은 33억7437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동기(2억7816만달러)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일 때, 중동에서의 신규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배럴당 87.78달러가지 올랐다. 지난 8월 29일에는 배럴당 97.0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14일에는 달러강세에 다소 하락한 배럴당 87.31달러가 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건설 발주 늘리는 중동…제2 중동 붐 기대감

중동시장은 앞으로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 굵직한 사업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권력자인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 건설을 비롯해 ▲카타르 LNG 생산시설 확장공사 ▲쿠웨이트 석유화학 연구센터 건립 등이 대표적이다.

네옴시티는 중동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규모나 상징성 면에서 가장 눈에 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 2만6500㎢에 직선 도시 '라인', 바다 위 산업단지 '옥사곤', 초대형 관광단지 '트로제나'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면적만 서울의 44배가 넘고, 약 1조 달러(약 1380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국내에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입찰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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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미래형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라인' 조감도. 사진=네옴
삼성그룹은 국내 업체 중에서도 중동시장 진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도심철도공사를 수행 중이고,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신도시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시티' 조성도 추진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삼성 승지원에서 독대를 하기도 했고, 직접 사우디 현장으로 가서 직원을 독려하고 사우디 관계자들과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 만약 네옴시티 프로젝트까지 가져온다면, 해외사업의 화룡정점을 찍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액 6위(10억9056만달러)로 부진한 상태지만, 사우디 사업으로 반등을 노리는 눈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7조원을 넘기는 등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7억6000만달러로 총 매출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저력을 무시하긴 힘들다. 1차 중동 붐의 주역이라는 역사와 미국 건설전문지 ENR이 발표한 '2022 인터내셔널 건설사' 순위 세계 13위라는 위상도 무시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시장도 커지고 있다. 수주액만 봐도 83억952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호찌민시의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하노이 구도심 북서쪽 서호(西湖) 지역에 210만4281㎡ 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계룡건설도 베트남 흥옌성에 605억원 규모 산단 조성에 나섰다.

업계관계자는 "국내 건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해외 사업의 경우 각 지역의 사업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이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귀용 기자 jim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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