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도취적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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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전임 대통령은 70%가 넘었다는 비교까지 하면서 말이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내걸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0일을 갓 지난 시점이다. 낮아도 너무 낮은 20%대의 현실 앞에 "국민 뜻 살피고 필요한 조치 취할 것"이라 한다. 비단 현 정부만이 아니라 이전의 권력에서도 지지율이 내려가면 민생을 잘 챙긴다며 전통시장 한 번 다녀가거나 아니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묵묵히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여기도 국민, 저기도 국민, 국민 한다. 여기서 새삼 궁금해지는 것 하나 - 도대체 이 국민은 어느 국민인가! 지지한다는 20%대의 '그' 국민을 보고 간다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내뱉는 이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에 불과한 '국 · 민'인가.

공정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며 시작한 권력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처음이라",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아", "해당 부서에서 잘 알아서 할 것", "법대로 하면 될 것"이라는 등 출근길 문 앞에서 쏟아내는 말들은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은 믿음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전 정권 탓하기에 급급하며 불안불안하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시국과 함께 국민 생활의 불안 지수 또한 떨어질 줄 모른다. 실제로 생산자 물가는 6개월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였는데 6%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 이후 24년 만이라고 한다.

원칙, 공정은 결국 빈말이었고 아슬아슬 0.7% 포인트 차이로 권력을 얻은 '짜릿함'만 기억 속에 각인된 모양이다. 권력 행사의 대상에서 주체로 바뀐 오늘, 현실이 주는 욕망 충족은 시간과 함께 점점 더 강한 강도를 추구할 것이다. 우리 뇌의 쾌락 중추의 생물학적 이치가 그렇다. 권력 중독이 괜히 생기겠는가. 연이은 인사 참사, 지인을 동반하고 공식행사 참석하기, 민간인 동반 해외 순방하기, 대통령 관저 공사 업체 선정 잡음, 표절이 아니라며 대통령 부인의 박사학위 유지 등 도대체 공정 잣대는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인가. 자아도취적이고 이기적인 권력이 따로 없다.

데이비드 L. 와이너는 '권력 중독자'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서면 드러내는 몇 가지 특징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신념, 권리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과장된 인식"이 있다. 새 정부 출범하고 겨우 3개월이다. 그동안 이 권력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완장'을 찬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시와 명령, 그리고 그 결과가 주는 욕망 충족은 나 그리고 우리만 누릴 수 있다는 권리에 대한 비합리적 인식을 가진 것은 아닌지! 문제는 인간의 욕망 중 권력에 대한 욕망은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강한 충족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해진 기간의 권력을 '잡았다' 하여 그 권력 위에 군림해서 아전인수적 권리를 행사해도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국가 운영의 책임을 진다는 정부 수반의 주된 책무는 무엇인가. 필자가 어릴 적부터 들어온 바로는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수반의 자리는 대단한 권력과 권리만을 누리는 단순한 '완장' 수준의 권력이 아닌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자리임을 자각하고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완장'을 쓴 작가 윤흥길은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라며 완장을 권력의 위계 중 가장 낮은 권력, 이른바 "하빠리"수준의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완장'의 주인공은 결국 완장을 찬 저수지 관리인이 벼슬이 아닌 권력의 서열 중 가장 하수임을 깨닫고 도망치듯 마을을 떠난다. 그 모습을 그려보자니 권력과 권력이 주는 권리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 밭이 복잡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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