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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은 필수, AS는 복불복...고객 서비스 뒷전 'S클래스'

벤츠의 민낯①

고장은 필수, AS는 복불복...고객 서비스 뒷전 'S클래스'

등록 2022.08.09 10:52

수정 2022.08.09 14:03

윤경현

,  

이승연

  기자

고가 라인 불구 구매 후 고장 잇따라...수리 후 재입고 빈번"중대결함 제외 교환·환불 불가" 방침에 차주들 '난감' 레몬법 도입했지만 "차주 중대성 입증 전제 어려워"레몬법 적용돼도 강제성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교환 확정 불구, 새 차 교환에 따른 추가 부담금 요구민법 '완전물 급부청구권' 위배 가능성...獨, 추가비용 금지 판례

고장은 필수, AS는 복불복...고객 서비스 뒷전 'S클래스' 기사의 사진

"몰고 다닌 시간 보다 수리 맡긴 시간이 더 길다"

얼마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대표 토마스 클라인 Thomas Klein)에서 S클래스를 구매한 A씨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2억원 넘게 들여 산 차가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잔고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서비스와 고객 대응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주위에서 벤츠 S클래스를 산다면 절대 만류할 것이다.

"뉴스에서만 보던 시동꺼짐은 물론이고, 앞뒤 라이트 깜빡이 결함, 주행 중 핸들 소음, 손잡이 고장 등으로 매번 수리를 맡겼지만, 고쳐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고 있지만 벤츠는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B씨 역시 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 올 초 구매했다. 지난해 연말에 순번표를 받으면서 기다렸던 차다. 후회했다. 구매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에어컨 등 여러 공조 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인도 후 6개월이 되지 않아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수리 후 돌아온 마이바흐는 시동을 켜기가 무섭게 경고등이 남발됐다.

벤츠 고장 사례야 늘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벤츠 최상위 S클래스 결함 사례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벤츠가 본사 차원에서 엔트리급 생산을 줄이고 S클래스 등 상위 차종 판매를 크게 늘린 데 따른 부작용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벤츠코리아 공식딜러사의 입장은 많이 팔린 만큼 고장 사례도 많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벤츠코리아 경쟁사로 꼽히는 BMW코리아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와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벤츠코리아 판매량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BMW코리아의 올해 누적(1~7월) 리콜대수가 같은 기간 벤츠의 4분의 1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증가가 리콜대수 증가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고장 종류도 에어컨 고장부터 시동꺼짐, 손잡이 오작동, 후진 불가 등 다양하다. 그나마 고장의 원인이라도 찾으면 다행인 데 태반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교환도, 환불도 받지 못한 채 집에 세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벤츠코리아가 고장차 수리·교환·환불에 많이 인색하기 때문이다.

고장 차량에 대한 벤츠코리아의 '고객에게 팔면 그만이다 방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고질적인 병이다. 고가의 S클래스 고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차를 구매한지 얼마 안돼 발생한 결함이라도 '중대성'이 입증되지 못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정 기간에 속해 '무상수리라'도 받음 다행이지만, 무상수리라고 해도 별다른 게 없다. 단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정도다.

한 S클래스 차주는 "물리적 수리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본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그치는 수준이었다"면서 "업그레이드 후 차를 인수해도 얼마 안가 같은 결함이 재발되거나 다른 결함이 추가 돼 재입고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데도 교환·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보증 기간이라도 늘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라고 호소했다.

차주가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 위해선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중재심의위)에 새 차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신청을 해야 한다. 국내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레몬법'이 적용 돼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2만 Km 이내)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1회 이상 수리한 경우 누적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자동차는 교환·환불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인도 후 6개월 이전에 발생한 결함에 대해서만 자동차 제조사 책임이 부여되고, 6개월 이후의 결함에 대해선 제조사의 책임 여부를 따져야 하는 데 차주가 직접 결함의 중대성을 입증해야 레몬법 적용이 가능하다. 결함 원인부터 이를 증명할 자료까지 차주가 모두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레몬법 적용을 위해 앞서 수리를 맡긴다고 해도 제조사로부터 이렇다 할 원인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차주라면 제조사를 상대로 기술적 결함을 입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선 차주는 "대형 사고라도 나면 중대성이 입증될까, 그렇지 않고 일반 고객이 기술적 결함을 어떻게 입증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몬법 중재위원들이 일반 고객의 주장에 설득 당하겠냐"고 토로했다.

설령 입증됐다고 해도 레몬법 자체에 강제성이 없다보니 제조사가 이를 수락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벤츠코리아는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몬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교환 사례가 4건에 불과한 이유다. 차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제조사가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되고 있다.

구매 2주 후에 발견된 벤츠 GLS의 부식된 트렁크. 사진=벤츠 커뮤니티 사이트·벤츠코리아 홈페이지구매 2주 후에 발견된 벤츠 GLS의 부식된 트렁크. 사진=벤츠 커뮤니티 사이트·벤츠코리아 홈페이지

교환이 확정되도 차주들은 선뜻 교환에 나서지 못한다. 제조사가 교환·환불 조건으로 추가 부담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벤츠 침수차 사례가 대표적이다. 벤츠코리아는 침수로 내부 부품이 부식된 대형 SUV '벤츠 GLS'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한 때 중고차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침수차 판매가 다름 아닌 글로벌 '명차(名車)' 브랜드로 불리는 벤츠에게서 벌어진 것이다.

도마에 오른 건 벤츠코리아의 고객 대응이다. 교환을 전제로 차주에게 취등록세 900만원과 감가상각비 600만원을 더한 1500만원을 요구한 것. 기존 차량이 차주로 하여금 등록·주행한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감가비용과 새 차 취·등록세를 내라는 주장이다. 결함 차량에 대한 차주의 물리적·시간적 비용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을 받아도 모자른데 벤츠코리아는 되레 추가 부담금을 제시한 셈이다.

그나마 이 사안은 각종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되면서 벤츠코리아로부터 무료 교환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대다수 벤츠 차주들에게는 먼나라 얘기다.

다른 S클래스 차주는 "교환과 환불을 다투는 과정에서 벤츠코리아의 불성실한 대응으로 시간이 지체됐고, 이 사이 연식 변경 모델이 나왔는데 교환이 확정되자 벤츠코리아는 신차에 추가된 옵션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내 법조계에선 중대한 결함이 인정된 차량에 대해 민법의 완전물 급부청구권(하자 있는 물건에 대한 계약 해제 대신 새 물건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교환에 추가비 요구에 대해선 사례마다 법리적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하자가 있는 차량을 교환할 때에 추가 비용을 더 받지 말라는 판례가 존재한다.

차주들은 "팔리면 끝"이라는 벤츠코리아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최근 고장 사례 입증을 두고 벤츠코리아와 협상 중인 한 차주는 "수억원 대의 차를 사자마자 고장이 나는 것도 황당한 데 차를 팔기 전까지 영혼까지 팔 것 처럼 굴다가 막상 구입한 후 AS를 문의하니 태도가 180도 달라져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차주 역시 "2억원을 들여 고가의 차를 살 때는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마련"이라며 "고가 라인 고객에게 조차 푸대접이라면 수천만원 대의 차를 구입한 차주들에겐 어느 정도인지 안 봐도 알 만 하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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