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2분기 성적표 '사상 최고' 찍었는데···정제마진 90%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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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분기 실적 경신, 각사 세자릿수 성장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공급부족에 고공행진
러-우 전쟁 등 6월 넷째 주 배럴당 30달러 육박
이후 하락세 조정기 진입, 재고 이익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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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2분기 '역대급' 정제마진에 힘입어 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공급 부족 이슈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최대 6배 가량 넘겼고, 재고 관련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특히 손익분기점 밑으로까지 떨어지면서 3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S-Oil(에쓰오일)은 지난달 말 일제히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3사는 각각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매출 19조9053억원,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89% 늘었고, 영업이익은 318.91%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589.77% 증가한 1조3385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약 50% 확대된 2조2000억원으로, 배터리사업 적자를 상쇄시켰다. 상반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36조1668억원, 3조978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매출 46조8429억원의 77%를 달성한데 이어, 영업이익도 이미 총 실적의 2배 이상을 냈다.

에쓰오일은 매출 11조4424억원, 영업이익 1조722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5%, 201.6% 급증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직전분기에 경신한 최대 실적을 1개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순이익은 146.9% 커진 1조142억원을 실현했다. 누계 기준 매출은 71.9% 커진 20조7294억원, 영업이익은 154.4% 늘어난 3조539억원이다. 반기 만에 작년 전체 매출의 75.5%를 넘겼고, 영업이익은 7000억원 가량 초과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개선과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등으로 매출 8조8008억원, 영업이익 1조370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1조원을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직전분기 영업이익은 1조812억원이었다.

국내 정유 4사가 호실적을 낸 배경에는 정제마진이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의 비용을 뺀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데,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재고 관련 이익이 늘어난다.

3~4년 주기로 업황 사이클을 타는 정유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사상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곧이어 다운사이클에 진입했고,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어려움은 가중됐다. 약세를 보이던 정제마진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고, 정유사들은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빠졌다. 이 시기 정유 4사의 총 적자는 5조원이 넘었다.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석유제품 소비가 늘기 시작했고, 정제마진도 상승했다. 정유 4사는 1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고 7조원대의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는 정제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 불안 우려가 유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 3월 넷째 주 배럴 당 13.87달러를 찍은 정제마진은 5월 첫째 주 24.2달러로 올랐다. 지난달 셋째 주 24.41달러를 기록했고, 한 주 만에 29.5달러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200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7월 첫째 주 16.13달러로 내려왔고, 셋째 주에는 손익분기점 아래인 3.9달러에 그쳤다. 최고가 대비 87% 가량 빠진 숫자다. 정제마진이 조정기에 진입한 배경에는 국제 유가 하락이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석유 관련 제품 수요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3분기부터 정유사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재고 관련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실적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일정으로 판매 물량이 감소하고,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수요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정제마진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등은 겨울철 러시아발 가스 부족에 대비해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보일러를 가스에서 석유로 전환하고 있다"며 "겨울철 정제마진에 긍정적인 수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휘발유를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1개월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를 고려한 정제마진은 7월 평균 배럴당 -0.9달러"라며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은 재차 반등하겠지만, 상승폭은 상반기 대비 제한적이겠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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