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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2Q, '수직계열화' 공식 깨졌다

현대차그룹 2Q, '수직계열화' 공식 깨졌다

등록 2022.08.01 15:08

이승연

  기자

현대차·기아 완성차 판매량 감소에도 계열사 호실적비계열 물량 확대 및 사업 다각화 노력 결실 반영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일반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판매량이 증가하면 철강재와 부품 등을 공급하고, 이를 실어나르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덩달아 좋아지는 구조를 띤다. 이른바 수직계열화의 힘을 발휘된다. 반대로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줄면 계열 전반이 죽쑤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좀 다른 모습이다. 작년부터 계속되는 반도체 수급난에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역대급으로 저조했음에도, 이들에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비계열 물량을 늘리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대차·기아의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들이 결실을 보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2Q, '수직계열화' 공식 깨졌다 기사의 사진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 7개(현대차·기아·모비스·제철·위아·로템·글로비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합산 매출은 161조 2771억원, 영업이익은 11조 98885억원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각각 20%, 36% 증가한 수치다. 2분기만 놓고 보면 계열사 7곳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6조 5013억원, 6조 9535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 27%씩 늘어났다. 전년 동기와 견줘서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32% 증가하는 등 확연한 개선세를 보였다.

'맏형' 현대차부터 이름값을 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조999억원, 2조 979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8.8%, 58% 급증했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최대 규모인 31조 265억원을 가뿐히 넘겼고, 영업이익도 2014년 2분기(2조 872억원)이후 8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1·분기 실적을 더한 상반기 누적 매출은 66조 2985억원, 영업이익은 4조 908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각각 14.9%, 38.6% 늘어났다. 이 또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가파른 기아도 최고점을 갱신하는 데 바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각각 20조원, 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도 10.2%로 창사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40조 2332억원, 3조 8405억원으로, 이 또한 지금껏 받아본 적 없는 성적표다.

현대차그룹 2Q, '수직계열화' 공식 깨졌다 기사의 사진

눈길을 끄는 건 현대차·기아 모두 2분기 및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되레 실적이 늘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187만 4104대, 141만 6319대로, 전년 상반기와 비교해 15만 7089대, 2만 7788대 덜 팔렸다. 계속되는 반도체 공급난과 중국 봉쇄에 따른 부품 부족 현상이 덮친 결과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역대급 실적을 낸 건 주요 차종의 판매 가격 상승이 이뤄졌고,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프미리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 기본적으로 값이 나가는 차종 위주로 판매 믹스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전에 부분변경이나 완전변경 부문에 있어서만 가격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선 연식만 변경해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쏘나타 연식변경 모델 '2023 쏘나타 센슈어스'의 가격은 가솔린 2.0 모델 2592만원부터 시작하는데 2022년형과 비교하면 트림별로 38만원~98만원이 인상됐다. 기아의 'The 2023 K5'도 가솔린 모델은 19만원~113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56만원~167만원 인상됐다. 단순 연식변경임에도 가격 17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차·기아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가격은 대략 1000만~2000만원의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제네시스의 GV70의 경우 전기차는 7332만원(개소세 반영 전)에 달하지만 가솔린 2.5터보·3.5터보 등은 5250만원·5830만원으로 약 1500만~2000만원 차이가 난다. 전체적인 판매량이 줄어도 전기차 판매가 늘면 그만큼 이득이다. 게다가 최근엔 전기차 가격 마저 올리는 추세여서 더 많은 이익이 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생산 및 판매량이 줄어들면, 이들에 사업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들은 호실적을 내기가 어렵다. 만들어야 할 차가 줄어들게 되면 공급되는 부품량도, 실어나르는 대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들 실적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현대모비스가 그렇다. 현대모비스는 주요 계열사 7곳 중 유일하게 2분기 및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40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감소했고 상반기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25% 줄어 들었다. 현대차·기아의 고급차 판매 비중 확대로 고부가 가치 부품 공급이 늘어나며 외형 확대가 이뤄졌지만, 완성차 생산 감소로 전체적인 부품 공급량 자체가 줄어 들면서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다른 곳들은 일제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현대제철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3810억원, 8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3%, 50.8% 증가했다. 이를 포함한 상반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8.5%, 81.4%의 증가세를 보이며 7곳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가에 적용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여기에 해외 고객사를 확보, 비계열 물량을 크게 늘리며 현대차·기아의 생산량 감소를 방어한 것 역시 수성 개선에 힘이 됐다. 현대제철의 올 상반기 해외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50만톤(t)으로, 이미 지난해 글로벌 차 강판 공급 계약 및 신규 부품사 수주량인 75만톤(t)의 절반을 넘어섰다.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는 시장의 부정적 예상을 깨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조 9718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7.6%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치도 전년 동기와 견줘 매출은 1.1%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4.1%의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현대위아 역시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판매 감소의 덫을 피하긴 어려웠다. 차량부품 매출 분야에서 2분기 매출은 1조7730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6% 감소, 1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품을 만드는 기계 부문 사업이 모처럼 이익을 내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이끌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제조 경기 회복으로 범용기와 공장자동화(FA) 기기 모두에서 판매 물량이 늘어났다"며 "여기에 범용기 '제값받기'를 시행하고, 장기 재고 또한 소진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물류 및 해운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매출 6조8629억원, 영업이익 448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5.5%, 영업이익은 62%, 늘어났다. 상반기 누적치 또한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24.9%, 영업이익은 79.9%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그룹 의존도가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현대제철 등의 캡티브 물량(Cative)이 크게 줄었음에도 호실적을 낸 건 그만큼 비계열 물량을 최대한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70~80%에 이르는 모기업 매출 비중을 상쇄하기는 부족했다. 때마침 고유가와 고운임 기조가 더해졌고, 유통 부문의 신공장향(向) 반조립제품(CKD) 수출 물량 증가와 중고차 경매 및 수출 물량이 크게 늘면서 외형 확대와 내실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현대로비스와 달리 모그룹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철도 및 중공업 계열사 현대로템도 10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하며, 한때 그룹의 '미운오리 새끼' 이미지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7858억원, 영업이익은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9.4% 증가했다. 이에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632억원, 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철도 사업 부문에서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 공급하는 전동차 물량이 늘어났고, 추가 수주가 잇따른 결과다. 현대로템의 올 상반기 철도사업 매출액은 9221억원으로 지난해 7788억원 대비 18% 개선됐다. 신규 수주 또한 2분기 3133억원으로, 수주 잔고는 지난해 2분기 말 6조5699억원 대비 17% 늘어난 7조6829억원을 기록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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