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맞은 IPO 시장, '대어' LG엔솔 덕에 KB증권 홀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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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신규 상장사, 스팩·리츠·코넥스 제외 30곳
KB증권, LG엔솔 단독 주관 수수료이익 210억원
'IPO 전통 강자' NH, 대어 실종에 주관 3건 그쳐
증권가 "하반기 쏘카·컬리 등 대어 출격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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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주요국 긴축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 우려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기업공개(IPO) 시장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IPO 시장에서는 총 50개 종목이 새로 상장해 약 14조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모았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액(12조75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해 실제 공모액은 9000억원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30일 기준) IPO에 나선 종목은 총 50개로 집계됐다. 이 중 코넥스·스팩·리츠 등을 제외한 새내기주는 총 30개다. 전체 신규 상장 종목 수는 지난해 상반기(49개)와 비슷했지만 신규상장 수는 10개 감소했다.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은 증시불황으로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에 선두를 달리던 '빅3'(NH·미래·한국투자증권)의 IPO 실적 순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KB증권, LG엔솔 상장으로 전통 강자 제쳐…상반기 IPO 실적 '선두'

KB증권은 상반기 IPO 시장에서 공모 규모 12조7500억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단독으로 주관하면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당초 올 상반기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미루면서 1분기에 진행된 LG엔솔 상장 주관이 순위를 결정지었다.

KB증권은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서도 LG엔솔 등 조 단위 기업을 비롯해 중·소형 딜을 꾸준히 주관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IPO 시장의 전통 강자로 꼽히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뛰어넘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증시에 입성한 상장기업(스팩·리츠·코넥스 제외) 30개 가운데 총 4개 기업의 상장을 주선했다. 주관 건수는 적지만 KB증권이 인수대가로 거둬들인 수수료는 약 210억에 달한다. KB증권은 연내 IPO가 예정된 '소부장 대어' 더블유씨피의 상장 주선까지 합하면 올해 IPO 성과가 더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목별 수수료 수익은 대표주관으로 참여했던 LG에너지솔루션이 196억35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청담글로벌(6억6000만원), 스톤브릿지벤처스(4억9000만원), 지투파워(1억8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잇는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에만 9개 기업의 대표주관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일로보틱스(8억8580만원)·대명에너지(6억5625만원)·보로노이(21억2000만원) 등 중·소형급 IPO를 추진해 약 6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기업공개를 주관했으나 조 단위의 대형 딜 부재로 2위에 머물렀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5개의 기업의 대표 주관을 맡으면서 60억8000만원의 인수 수수료를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나래나노텍(16억5750만원)·포바이포(13억9859만원)·보로노이(10억6000만원) 등 굵직한 IPO를 주관하며 60억원대 인수 대가를 기록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8억925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추가로 거뒀다.

◇발등에 불 떨어진 NH…ECM부문 인사 전면교체

'IPO 명가'로 불려온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했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대어급 기업들은 증시 급락에 줄줄이 상장 철회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공동 대표주관을 맡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돌연 기업공개를 철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SK그룹 계열사들의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SK그룹과의 연을 이어왔지만 잇따른 상장 연기로 맥마저 끊겼다.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원스토어와 SK쉴더스의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될 경우 두 회사의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각각 최대 1.5%, 1.1%에 해당하는 인수 수수료를 챙길 예정이었다. 원스토어의 인수 수량(279만7200주)에 따른 NH투자증권의 인수대가는 최대 18억4000만원, SK쉴더스에 대한 수수료는 최대 30억1000만원으로 예상됐다.

두 기업의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됐을 경우 NH투자증권이 받는 인수 수수료는 총 48억5000만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은 주식시장 위축을 비롯해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상장 철회 입장을 밝혔고, NH투자증권은 약 5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눈앞에서 놓쳤다.

연이은 상장철회에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의 IPO 성적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9년 상장 주관 기업 13건, 공모금액 1조3175억원을 기록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020년 9건·2조1182억원 ▲2021년 11건·3조7439억원 ▲2022년 상반기 3건·1615억원 등이다.

NH투자증권은 저조한 IPO 성적에 주식발행시장(ECM) 부문 부서장을 전격 교체했다. ECM 부서장에는 1부 김기환 부장, 2부 곽형서 부장, 3부 윤종윤 부장 등이 새롭게 선임됐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인사를 통해 'IPO 명가' 타이틀을 회복하고 하반기 기업공개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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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신규상장 30개 중 16개 종목, 수익률 '선방'

올해 상반기 새내기주 가운데 13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전체 30개(스팩‧리츠 제외) 중 16개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은 ▲유일로보틱스 ▲지투파워 ▲오토앤 ▲퓨런티어 ▲아셈스 ▲가온칩스 ▲세아메카닉스 ▲청담글로벌 ▲공구우먼 등이다.

특히 유일로보틱스와 지투파워, 오토앤은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며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공모가 대비 121.50%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투파워와 오토앤도 공모가 대비 각각 121.34%, 112.26%의 수익률을 기록해, 공모가의 2배가 넘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상반기 상장 종목 중 절반가량은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은 총 14개로 ▲인카금융서비스 ▲나래나노텍 ▲케이옥션 ▲이지트로닉스 ▲위니아에이드 ▲애드바이오텍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이다.

이 가운데 인카금융서비스와 나래나노텍, 케이옥션의 현 주가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인카금융서비스는 59% 떨어져 공모가의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래나노텍과 케이옥션도 각각 49.37%, 48.25% 하락했다.

◇하반기 'IPO 대어' 출격…시장 활기 찾을까

올해 상반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과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불안한 증시상황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며 쏘카, 현대오일뱅크, 케이뱅크 등 조 단위를 웃도는 기업들이 공모 절차를 추진하면서 침체됐던 IPO 시장 분위기가 생기를 찾을 전망이다.

하반기 가장 주목받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예심을 신청한 지 6개월여 만에 상장 예비 심사에 통과했다. 지난 2012년과 2018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중도에 철회한 바 있다. 증권가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를 8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쏘카는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2조~3조원 수준으로 오는 8월 1~2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어 8~9일 일반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쏘카는 오는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는 오는 9~10월 상장예비심사를 승인 받은 후 기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을 거쳐 11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를 최소 6조원에서 최대 8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기업인 컬리(마켓컬리)는 최근 상장 심사에 걸림돌이었던 재무적 투자자(FI)의 의무 보유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의 요구에 컬리가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IPO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공모가를 낮춰 IPO를 재추진하는 사례도 있고 바이오 업계도 다소 회복세를 보여 하반기 투자 다양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희망 공모가를 줄여 상장에 재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연내 상장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에이프릴바이오와 의료 AI 기업 루닛의 상장이 승인되며 자금 조달 시장 내에서 바이오 업계의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주춤했던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하반기 기업 공개는 보다 활발해질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LG엔솔 처럼 쏘카,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IPO가 진행되는 경우 시중 유동성 쏠림으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윤해 기자 runhai@
신호철 기자 shin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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