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사장 공들인 '아비커스'···선장 없어도 항해에 도킹까지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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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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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2.0' 시연회
'인지·판단' 더해 '조종·제어'까지 가능한 기술
'18년 연구실로 시작, '20년 12월 사내벤처 출범
'미래 모빌리티' 강조 정 사장, 전폭적 지원 고공성장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레저보트 타겟···2024년부터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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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커스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레저보트. 사진=아비커스 제공
"인공지능(AI)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충돌위험을 판단해 항해자에게 알리는 '하이나스(HiNAS) 2.0' 시스템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안정적인 항해가 가능합니다. 배를 타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12일 오후 인천 소재 왕산마리나. 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자율운항팀장은 보트 위에서 자신있게 말했다.

하이나스는 아비커스의 딥러닝 기반 항해보조 시스템으로, 2020년 4월 처음 개발됐다. 자율접안(하바스), 완전 자율운항(하이나스 2.0)도 곧이어 선보였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3월 소형선박용 AI 항해보조솔루션을 첫 수주했고, 3개월 뒤 10km 구간의 포항운하를 40분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자율 운항에 성공했다.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 솔루션(ISS)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와 항해 속도를 생성하고, 인공지능이 날씨와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명령까지 제어하는 2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1단계 기술인 인지와 판단 기능에 더해 조종과 제어까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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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자율운항팀장이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이용해 자율운항 경로를 설정하고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이날 열린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연회'에서는 자율운항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가 주어줬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이 팀장은 하이나스 2.0 시스템이 탑재된 태블릿PC로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15만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학습시켜놓은 덕분에 지형과 수심 등을 고려해 가장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줬다.

출항과 항해, 접안(배를 안벽이나 육지에 대는 것) 등 전 과정은 태블릿PC로 조작한다. 이 팀장이 화면 속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보트 스스로 모터를 회전시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타기를 조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사전 경로를 따라 부드럽게 계류장을 빠져나갔다. 약 20분간의 항해 동안 영종도 바다 약 2.5km 구간을 선장 없이 누볐다. 속력은 태블릿PC로 조절했다. 항해 초반 5노트(시속 약 10km/h)로 움직이던 보트는 태블릿PC의 '+' 버튼을 두 번 누르자 서서히 7노트(13km/h)가 됐다. 시연에서는 최고 속력을 20노트(373km/h)까지 올렸는데, 거친 물살과 달리 안정적인 항해를 이어갔다.

조타실 입구 양쪽으로는 각각 1개의 모니터가 달려있다. 화면에서는 전방 모습과 현재 보트의 속도, 배가 바라보는 헤딩 등의 정보가 표시됐다. 특히 다른 보트는 물론, 크기가 작은 부표까지 인식해 자동으로 회피했다. 항해 도중 오른편에서 장애물(보트)이 나타나자 스스로 방향을 틀었다.

이 팀장은 "장애물 크기에 따라 인식할 수 있는 거리가 다르다"면서 "대형선박의 경우 최대 1km 전에 인지가 가능하다. 보트는 500m, 부표는 100m 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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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자율운항팀장이 수동모드로 전환해 조작하고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도킹 차례가 다가오자 이 팀장은 태블릿PC를 '수동모드'로 전환했다. 화면에는 조이스틱처럼 생긴 좌우 버튼이 생겼고, 이를 조작하며 계류장에 진입했다. 보트의 정박은 자동차와 달리 변수가 많다. 브레이크가 없고, 바람이나 조류에 따라 보트가 옆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하이나스 2.0 시스템은 프로펠라의 역추진을 거는 방식으로 '오토 도킹'을 시작했고, 충돌 없이 접안에 성공했다.

자율운항 선박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로 공식 출범했다. 설립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아비커스는 유의미한 성과들을 이뤄냈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고, 올 초에는 미국선급협회(ABS)와 선박 자율운항기술 단계별 기본인증(AIP) 및 실증테스트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SK해운의 18만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에 하이나스 2.0을 탑재해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마쳤다. 최근에는 ABS로부터 자율운항 2단계 기술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 시스템을 ▲선원 의사결정 지원(레벨1) ▲선원 승선 원격제어(레벨2) ▲선원 미승선(혹은 최소인원 승선) 원격제어와 기관 자동화(레벨3) ▲완전 무인 자율운항(레벨4)로 규정한다. 아비커스는 현재 1단계 기술을 상용화했고, 210여개의 선주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개발을 마친 2단계 기술은 오는 하반기 중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아비커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그룹 후계자이자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겸)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전통적인 선박 건조만으로는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정 사장은 일찌감치 해양 모빌리티 기반의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 사장이 그룹사 내 자율운항 연구실을 조직한 것은 2018년이다. 지주사 HD현대는 작년 1월 60억원을 출자해 아비커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그해 7월에는 8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연구·개발비용을 투입했다. 정 사장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 첫 참가해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비커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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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아비커스 제공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시연회 직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레저보트는 1000만척에 이르고, 매년 신조되는 보트도 20만척 이상이다"면서 "고부가가치 상선의 경우 500척이 안되는데, 수익성이나 시장 성장성을 고려해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장으로 타겟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장의 경우 '경쟁자'라고 지칭할 만한 회사가 없다"면서 "오는 10월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되는 국제보트쇼에 참가해 공식적으로 데뷔하고, 내년에 상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아비커스는 50년된 조선업 경력과 누구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그 어떤 회사보다도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202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인천(영종도)=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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