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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시작한 현대차, 투자 여력 살펴보니...

투자의 '씬'

대규모 투자 시작한 현대차, 투자 여력 살펴보니...

등록 2022.07.04 10:07

이승연

  기자

현대차그룹, 2025년까지 총 76조원 투자 계획'맏형' 현대차,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출 전망2025년까지 연간 7~8조 소요 추정...기아는 3~4조 풍부한 유동성·EBITDA 성장세 감안시 자체 충당반도체 수급난·파업 속 안정적 수익성 확보 '관건'

사진=현대차그룹 제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5월 국내와 미국에 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첫 후속 조치로, 미국에 투자 법인을 신설키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모드에 돌입했다.

그룹 맏형인 현대차가 가장 많은 투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전동화 전환 작업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추가 투자 체력이 받쳐줄 지가 관심이다. 차고 넘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원가 상승 등 여러 열위한 경영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수익성이 얼마만큼 받쳐 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및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는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공장 신출과 배터리 투자 합작 관련 55억 달러(7조),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사업 분야에 50억 달러(6조49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그룹 차원에서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 등을 위해 6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총 투자 금액은 대략 76조원에 이른다.

주요 투자별 구체적인 투자 계획, 계열사별 투자금액 분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지난 3월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2030년까지 총 95조5000억원)에 대부분 포함되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에 나설 경우 현대차가 가장 많은 투자금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 계산으로 현대차는 2025년까지 연간 6조원 이상의 투자금 소요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계산 과정은 이렇다. 총 투자금 76조원을 3사(현대차·기아·모비스)가 동일하게 책임진다고 가정할 경우, 각사별로 25조3000억원의 지출이 예상되고, 이를 2025년까지의 4년의 기간으로 분납한다면 3사는 각각 약 6조원을 지출하게 된다. 맏형인 현대차의 몫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연평균 투자 규모 연간 6조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용으로 반영되는 R&D 투자 계획을 제외한 자본적 지출(Capex)과 연간 2조원 규모의 순금융비용과 배당금 지급 등을 포함하면 현대차의 연간 투자 규모는 7~8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기 내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현대차의 풍부한 유동성과 최근 수익성 개선 흐름 등을 감안하면 자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 본체만 들여다 본 별도 기준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4조8000억원으로, 현대차의 연간 투자 추정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에 더해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계열사 지분도 각각 25조2000억원, 22조300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어 재무 유통성 또한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1분기 기준 7조3122억원의 총 차입금 중 단기 차입금이 절반(3조3662억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금성 자산이 총 차입금을 크게 넘어서면서 마이너스(-) 순차입금 기조를 보이고 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는 건 빚을 다 갚고도 남을 현금성 자산을 쥐고 있단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양호한 판매실적, 믹스 개선 등에 기반한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능력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 계획에 따른 자금소요도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 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 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그러나 수년 전 부터 계속되는 대규모 투자로 현금흐름이 다소 저하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미래사업 관련 투자를 강화하면서 매년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2019년 이전과 비교해 연간 투자 규모가 1~2조원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2017년 말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던 순현금 규모는 올해 1분기 11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9년에는 어라이벌(상용 전기차 개발, 약 1000억원), 리막오토모빌리(고성능 전기차 파워트레인, 약 850억원), 그랩·올라(차량공유) 등의 업체에 투자했고 2020년에는 모셔널JV(자율주행)에 1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로봇 제조) 지분인수 완료로 약 4300억원의 지분투자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여기에 자체기술 개발과 공장 신축 및 증설 등을 위한 CAPEX 투자 또한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 및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신축, 전기차 대량생산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한 전용플랫폼(E-GMP) 개발·구축 관련 투자도 증가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은 5조6644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933억원) 대비 8%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반도체 수급난과 원가 상승 여파, 중국 봉쇄·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여건들과 맞물려 현대차의 이익금 확보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계속되는 반도체 수급난과 노조 파업은 현대차의 수익성을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상반기 누적 생산량이 작년 보다 1만 대 넘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자로, 4년 만에 파업 카드를 빼들었다. 당장은 부분 파업이 예상되지만, 노사 간 이견이 극명해질 경우 전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올해 현대차의 생산 및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 지난 2018년 현대차 노조는 단 4일 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는데 당시 현대차의 생산 차질은 1만 1000대에 달했고, 2750억원의 손실을 낸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 계획에 따른 자금 소요는 자체 조성 자금을 통해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다만 악재가 많은 경영 여건 속에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어느 정도 전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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