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사장, '세계 최강 조선사' 넘어 '미래 개척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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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대표 오너경영인, 정몽준 이사장 장남
28세 첫 입사, 2013년부터본격적인 경영 참여
'非 조선업' 중요성 역설, 사업 다각화 주도해
선박 AS社 이끌며 능력 입증, 작년 사장 승진
아비커스, 자율운항 고도화···수소·AI 등도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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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오너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MZ세대를 대표하는 오너 경영인이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 사장은 다른 그룹사 3·4세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유력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부친이 확고한 '소유와 경영 분리' 이념 아래 그룹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탓이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 학사를 졸업한뒤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경영수업은 28세이던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7개월 만에 유학길에 올랐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정 사장은 곧바로 그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약 2년간 미래를 보는 시각을 키웠다.

2013년에는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다시 재입사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글로벌 조선업황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고, 정 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룹은 1972년 창립 이후 약 45년 만인 2016년 말 조선부문과 비조선부문을 나누는 '회사분할'을 결정한다. 각사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특히 독립법인은 정 사장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조선사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일찍이 품고 있었다.

사업분할에 따른 지주사 체제 전환은 2017년 마무리됐다. 정 사장은 2018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지주사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과 조선부문 맏형인 현대중공업의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선박 사후 관리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분할 당시 신설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정 사장이 직접 제안한 사업이었다. 그룹사 전반과 핵심사업인 조선사업, 비조선사업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정 사장은 본격적인 지배력 확대에 나선다.

정 사장의 경영능력은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발휘됐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240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20년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564억원에서 1566억원으로 3배 가량 성장했다. 최근 2년간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다소 주춤했지만, 그룹 내 알짜회사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해 10월 대표이사 인사를 실시하며 정 사장을 승진시켰다. 또 정 사장을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사실상 '3세경영' 시대의 개막을 알린 순간이다. 전문경영인(CEO)에게 쏠려있는 권력이 이동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2'에 직접 참가하며 글로벌 데뷔전을 치뤘다. 그룹의 CES 참가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는 "세계가 성장하는데 토대를 구축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미래 개척자)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더 포용적인,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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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퓨처 빌더의 핵심은 크게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한 조선사업과 ▲수소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비(非)조선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비커스' 출범은 조선사업 기술 고도화 일환이다. 2020년 말 사내 벤처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의 고도화와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작년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고, 이달 초 세계 최초로 대형선박의 대양 횡단도 마쳤다.

약 3년간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도 조선업 강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단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신설했고, 자회사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뒀다. 이해관계가 얽힌 각국 기업결합 심사가 종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 초 유럽연합(EU)이 두 회사의 결합을 최종 불허하면서 글로벌 최대 조선사 탄생은 결국 무산됐다.

정 사장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은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대금으로 마련해 둔 약 1조5000억원 가량의 여웃돈을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사장의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이 공식화된 계기는 2020년 미래위원회 발족이다. 정 사장은 초대 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주사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현대'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사업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룹은 우선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해양수소 사업의 가능성을 높여줄 핵심기술은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 세계 최초의 2만입방미터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LPG를 수입해 수소생산설비를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2040년까지 300개 수소 충전소를 구축, 수소 판매를 위한 공급망을 갖춘다는 목표다.

지난해에는 KT와 'AI 원팀'을 결성했다. AI 원팀에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등도 참여했다. 바이오 사업은 최근 들어 발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그룹과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또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고, 신약개발 회사 '암크바이오'를 설립했다.

빅데이터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와 손을 잡았다.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는게 양사 협력의 골자다. 빅테이터 플랫폼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나 현대오일뱅크 등 에너지 계열사의 생산관리 시스템 통합, 건설기계 계열사의 부품 공급망 관리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그룹은 장기적으로 빅데이터 솔루션을 국내외 기업들에 판매해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정 사장의 승계 작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HD현대 최대주주는 정 이사장으로, HD현대 지분율 26.60%를 보유 중이다. 정 사장은 5.26%로, 국민연금공단(7.46%)에 이어 3대주주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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