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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옮기고, 새 주인 찾는다

HMM 제2의 도약①

사옥 옮기고, 새 주인 찾는다

등록 2022.03.07 06:50

이승연

  기자

오는 6월 사옥 이전...해운재건 본격화 민영화 속도...영구채 및 기초체력 회복 관건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제공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제공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한 HMM(옛 현대상선)이 사옥 이전을 통해 제2도약에 나선다. 올해 오랜 둥지인 연지동 현대그룹 빌딩을 떠남으로써 45년 '현대'의 흔적을 지우고, 나아진 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해운재건'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6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파크원'으로 사옥을 이전한다. 파크원은 여의도 내 최고층 빌딩으로, HMM은 파크원 타워 1동 13층부터 21층까지 총 9개 층을 빌려 사용할 예정이다.

HMM의 사옥 이전 결정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닌 현대그룹과의 물리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이에 사명도 2년 전인 2020년, HMM으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에 사옥까지 이전하게 되면서 HMM은 1976년부터 시작된 '현대'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게 됐다. 또한 말 많고 탈 많았던 HMM의 연지동 시대도 1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파란만장 연지동 시대 12년, 유종의 미로 마침표 = HMM은 현대상선 시절인 2010년,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현대엘리베이터 등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현대그룹빌딩에 입주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뿔뿔이 흩어진 계열사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1890억원을 들여 현대그룹빌딩을 매입했다. 1992년 준공된 이 건물은 현대그룹이 입주하기 전까지 삼성카드가 본사로 활용했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사진=현대아산 홈페이지 참조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사진=현대아산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공교롭게도 HMM은 이 건물에 입주한 이후 줄곧 내리막을 탔다. 입주기간 12년 중 절반이 넘는 9년 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저가 수주를 둘러싼 글로벌 선사들의 치킨게임에 휘말리면서 HMM은 유례없는 경영 악화에 시달렸다. 2010년부터 10년 간 쌓은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4조원에 달한다. 이미 높았던 부채비율도 2010년 242.8%에서 2015년 2500%로, 5년 새 무려 10배 넘게 치솟았다. 이는 HMM이 2016년, 채권단 주도의 재무개선 작업인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 때 최대주주도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혹독한 구조조정 속 반전이 이뤄진 건 지난해다. HMM은 채권단 관리 체제 5년 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실과 해운업 호황이 맞물린 결과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만 해도 7조3775억원으로, 2011~2019년 동안 누적된 3조8401억원의 영업 손실을 한 방에 털어냈다. 부채비율도 73%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받아 본 적 없는 최고의 성적표다. 결과적으로 HMM은 가장 최고의 성적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채 파란만장했던 12년 연지동 시대를 마무리했다.

한편 새 사옥이 있는 여의도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서울 사무소)가 위치한 곳이다. 향후 해운업 이슈나 HMM의 민영화 추진 등에 있어 3자간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운재건'의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다.

◇민영화 시계 빨라지나 =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HMM의 '새 주인 찾기'에도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HMM의 민영화는 사실상 해운재건의 마지막 퍼즐이다. 경기 변동성이 큰 해운업 특성을 고려할 때 언제금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창 호황인 지금이 민영화의 '골든타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등 채권단 지분율이 상당한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HMM은 지난 2017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산은과 해진공을 대상으로 총 여섯 번(191, 192,194~197회차·193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제외)에 걸쳐 2조 68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각각 30년 만기에 이자율도 3%로 모두 동일하게 적용됐다. 6년째부터는 연 6%로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영구CB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이다.

이에 산은과 해진공이 지난해 각각 3000억원, 6000억원 규모의 영구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현재 HMM 지분율을 20.69%, 19.96% 씩 보유 중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남은 영구CB 마저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을 경우다. 현재까지 상환되지 않은 영구 CB는 192회, 194회, 195회, 196회, 197회 등으로, 모두 전환가액 5000원, 전환비율이 100%까지 가능해 총 4억1600만주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이 외 제193회 BW도 1억2000만주의 주식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HMM에 대한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각각 36.02%, 48.29%로, 총 84.31%까지 치솟는다. 아무리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라고 해도 정부 지분이 80%에 달하는 매물을 탐내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보통주 1억119만9297주)과 해진공(9759만859주)이 현재 보유 중인 지분 가치만으로도 25일 종가(주당 2만 9900원) 기준 약 5조원에 달한다"며 "현재 시총 기준으로는 5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야 HMM 인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HMM의 기초체력이 아직은 미약하다는 점도 민영화를 더디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해운업 호황이라는 환경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 신용등급도 BBB-로, 이제 겨우 투기 등급을 벗어났을 뿐이다. 외부 호재를 제외하고도 HMM 스스로 독자적인 역량을 갖춰야 민영화 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산업은행이 HMM 지분에 대해 단계적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원매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HMM에게는 새 주인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 줄 수 있다. 또한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산은 입장에선 단계적 매각이 유리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HMM의 원활한 인수·합병(M&A)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HMM의 원활한 M&A를 위해 중간에 단계적인 매각이 필요하다"며 "30~35%를 매각하고 30~35%를 남겨놔야 매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HMM의 잠재적 원매자로는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HMM 인수설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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