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정기선 사장, ‘빈라덴’ 잡은 빅데이터 기업과 손 잡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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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팔란티어와 플랫폼 구축 MOU
시총 44조, 2011년 빈라덴 은신처 추적 공로
2018년 빅데이터 사업 진출, 자체 R&D도 진행
이미 기술력 확보 기업과 협력 ‘성과내기’ 유리해
향후 합작사 설립, 서비스 판매로 수익 창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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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빅데이터 신사업을 강화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자체적인 빅데이터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지만, ‘효율성 극대화’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글로벌 1위 기업과 손을 잡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이하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합작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정기선 사장과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표, 조석 현대일렉트릭 대표가 참석했다. 팔란티어에서는 알렉스 카프 대표와 샴 샹카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브 글레이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했다.

양사는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공정 전문지식과 영업 노하우를, 팔란티어는 소프트웨어와 개발인력 등을 제공한다.

이번 전략적 협력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팔란티어의 화려한 전적과 정 사장의 신사업 구체화 2가지다.

시가총액 44조원 규모의 팔란티어는 2003년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필이 공동 창립한 스타트업이다. 팔란티어의 주요 사업은 크게 범죄 예측 분석 프로그램인 ‘고담’과 금융 범죄 분석 프로그램인 ‘메트로폴리스’다.

팔란티어는 2011년 오바마 정부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 사살 계획을 세웠을 때, 빅데이터를 활용해 은신처를 찾아내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팔란티어의 정체는 한동안 베일에 쌓여있었다. 주요 고객사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등을 두고 있던 만큼, 국가기밀을 누설할 수 없었다. 그나마 2020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나서야 구체적인 성과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민간기업을 대상으로도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직까지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팔란티어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신규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12월 현대오일뱅크에 2000만달러(한화 약 240억원)을 투자하며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팔란티어는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사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 수소 등 중점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와의 인연은 더욱 오래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팔란티어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40여년간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정 사장은 일찌감치 빅데이터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개 독립법인으로 쪼개졌는데, 로봇사업을 전담하는 현대로보틱스가 신설됐다. 현대로보틱스는 빅데이터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여러 신기술을 활용해 공정 자동화용 로봇을 제작한다.

빅데이터 사업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8년이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과 의기투합해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를 세우도록 했다.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전무하지만,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모델 다각화 차원이었다.

자체적인 빅데이터 R&D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사 안전을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모델을, 현대중공업은 선박 엔진 시운전 테스트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제품 품질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이미 빅데이터 기반 원격진단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을 마쳤다.

정 사장은 자체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팔란티어의 경우 전세계 시장에서 빅데이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단기간내 고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승계 작업이 시작된 정 사장은 미래 신사업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30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스마트한 작업관리가 가능한 조선사를 만드는 것이 골자로, 이 과정에 팔란티어 빅데이터 플랫폼이 적용된다.

또 현대오일뱅크 등 에너지 계열사도 팔란티어 플랫폼을 도입해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이미 개발한 빅데이터 플랫폼은 현대건설기계 등 타 계열사에도 접목할 수 있다.

정 사장은 부수적인 수익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양사는 계열사별 플랫폼 구축이 마무리되면,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판매하는 전문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화로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이번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통해 그룹 내 핵심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무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조직문화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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