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의 산업쑥덕]대한항공-아시아나 기약없는 통합···‘혹시나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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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연구용역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2곳의 통합이 결정된 것은 지난해 11월입니다. 당시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존폐기로에 놓인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대한항공도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1등 항공사’로서 마땅히 감당해 내야하는 사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초메가 항공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은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은 난항의 연속입니다.

당초 지난 6월 중으로 공정위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고, 지분 관계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항공사 통합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 심사가 지연된 영향도 있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공정위였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독과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6월 초께 완료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 조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연구용역 계약기간을 10월 말로 한 차례 연기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흘렀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주목할 만 합니다. ‘놀랍지 않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 주를 이룹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연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도 그닥 많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공정위 결과가 늦어지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터키와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에서 결합 승인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필수 신고국가는 공정위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눈치입니다.

공정위가 늑장심사로 일관하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환경은 최악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화물사업 호조에 힘입어 60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음에도 불구,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말 자본잠식 위기를 맞자 3대 1 무상감자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1년도 채 안 돼 다시 재무 부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철수한 인천~괌 노선을 18년 만에 재취항 것만 봐도 상황이 긴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상 자력 회생이 불가능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것도 ‘회생 불가능’입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살리는데 기여하겠다는 대한항공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설사 공정위가 연내 기업결합 심사를 끝내더라도, 조건부 승인이라는 ‘악수’(惡手)를 둘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경쟁 제한성을 고려할 때, 전면 승인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조건부 승인은 결국 해외 항공사 배를 불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집니다. 대한항공에서 빼앗은 운수권과 슬롯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단거리 노선에 최적화된 기재를 가지고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를 갈 순 없으니까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밀실사 없이도 인수를 결정한 것은 모든 부실과 리스크까지 떠안을 준비가 돼있다는 뜻입니다. 또 이번 합병 과정에는 800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합병이 늦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생존 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국내 항공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철저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디 의식하고 있길 당부합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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