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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테크에 뺏기고 은행에 밀리고···보험업계 “IT 개발자 어디 없어요?”

금융 보험

빅테크에 뺏기고 은행에 밀리고···보험업계 “IT 개발자 어디 없어요?”

등록 2021.11.24 07:42

수정 2021.11.24 07:44

이수정

  기자

대형사 마저 수개월째 채용공고에도 지원 全無‘자유로운’ 빅테크, ‘고연봉’ 은행에 선호도서 밀려‘사양산업·보수적 기업문화’ 인식도 구인난 한몫디지털화 최대 과제지만 ‘인력난’에 제자리 걸음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국내 전 산업계가 IT개발자 모시기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보험업계도 개발자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영 신통치가 않다.

금융을 이해하는 개발자가 드문 것도 이유지만, 보험사의 보수적인 업무 시스템과 보험사 내에서 개발 조직은 부수적인 업무로 취급되는 환경이 개발자로 하여금 손사래를 치게 만든다. 보수 부문에서도 기존 핀테크 업체나 게임사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금융권은 개발자들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는 빅테크·핀테크 업체에 비해 디지털 혁신 과정이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IT·게임 업계 개발자 쟁탈전···보험업계, 명함도 못 내밀어=올해 초 IT와 게임 업계에선 ‘귀하신 개발자님’을 모시기 위한 연봉 전쟁이 이어졌다. 앞으로 산업군을 불문하고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발자가 필수 인력인 IT업계에 불이 난 것.

넥슨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 800만원 인상을 단행하고, 신입 연봉도 5000만원 수준으로 맞췄다. 컴투스, 크래프톤 역시 연봉을 인상했다. 크래프톤은 개발직의 경우 연봉 2000만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충격을 줬다. 부동산 IT 업체인 직방은 개발직 초봉으로 6000만원, 경력 이직자의 경우 최대 인센티브 1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올해 900명의 개발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올해 8월까지 공채와 수시채용을 통해 300여 명의 신입 개발자를 선발했다. 이어서 지난 9월에는 하반기 신입개발자 공개 채용에 다시 돌입했다. 카카오와 토스도 이에 질세라 개발 인재 채용에 나섰다. 이들은 고연봉에 더해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걸었다.

개발자가 핵심 인재가 아닌 보험사들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면서 개발 인력을 확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여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도 개발자 수요는 확연히 늘었다. 채용이 얼어붙은 가운데도 삼성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보험사들은 IT직군 채용을 공고한 바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백엔드, 빅데이터 관련 IT직군 경력직 채용을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진행 중이다. 원수보험사가 뿐 아니라 보험대리점(GA)인 리치앤코에서도 최근 개발 경력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화 전환이라는 대명제에 맞는 개발자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연봉도 비교적 낮은 데다 대부분 보험사는 CTO 조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주요 보험사 IT개발자 인재 유출도 많았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로 보험 사업을 확대하면서 비교적 처우가 좋은 테크사로 자리를 옮겨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건 엄청 힘든 일”이라며 “연봉면에서도 IT업계에서는 밀리는 데다 아직 보험업계가 영업 인력 위주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라,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보험사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는 곳도 흔치 않다”며 “미국 인슈어런스 기업인 레모네이드는 보험금 지급 속도가 매우 빨라 고객 몰이를 한 곳으로 유명한데, 이는 모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래밍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디지털화 게걸음은 인력난 때문?=최근 보험업계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의 확장성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존 보험업계에서나 속도전이지 산업 전반으로 보면 금융권 디지털화가 빠르다고 볼 순 없다. 보험사 CEO들은 디지털화를 내년 1순위 목표로 꼽았지만 사실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회의적인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디지털화가 화두이지만 반향을 일으킬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빅테크 업체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업계가 구축하고 있는 AI시스템, 비대면 상담 등은 기존에 하던 사업을 확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빅테크에 뺏기고 은행에 밀리고···보험업계 “IT 개발자 어디 없어요?” 기사의 사진

보험사가 내놓는 디지털 혁신이나 신사업의 내용을 뜯어보면 아직까진 도토리 키재기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는 보험금 청구 관련 AI 기반 자동화와 보장분석 등에 그친다.

테크 기업이 완수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편은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다. 앞으로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새로운 신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인데 보험사별 차이점이 크지 않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유의미한 개발 인력 부재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를 내재화 할 수 있는 규모의 대형보험사들도 IT인력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중소 보험사들은 보통 외주 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발한다”면서 “용역만으로 유의미한 혁신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보험사의 업무 시스템을 이해하고 제대로 개발하기 위한 IT인력이 필요하지만, 개발자를 뽑더라도 보험사 내부에서 이들에게 유지 보수 차원의 업무를 맡기는 게 현실”이라며 “보험사 내부적으로도 업무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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