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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바뀐 금융당국”···고승범·정은보, 親시장 행보 지속

“180도 바뀐 금융당국”···고승범·정은보, 親시장 행보 지속

등록 2021.11.04 17:01

차재서

  기자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체계 개편’ 예고하고 ‘망분리’ 등 은행·보험업 제도 유연화 약속업계에 ‘감시자’ 아닌 ‘조력자’ 이미지 각인 전금법 개정 등 고려한 ‘사전 포섭’ 관측도

(왼쪽부터)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왼쪽부터)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취임 후 약 2개월을 보낸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시장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회사에 과중한 의무를 부여하기보다 규제 완화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앞세우면서 ‘감시자’가 아닌 ‘조력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모습이다.

이는 수년간 지속된 금융당국과 금융권 사이의 긴장 관계를 해소함으로써 가계부채 관리 등 현안에서의 협조를 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3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검사 체계 개편이란 화두를 던졌다. 종합·부문검사로 구분되는 현 시스템을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체계’로 바꾼다는 게 그의 새로운 구상이다.

같은 날 고승범 위원장도 보험업계 CEO와 만난 자리에서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보험업 혁신 지원을 위해 ‘1사 1라이선스’ 원칙을 유연화하고 자회사 신고 기준을 개선하는 한편, 보험사의 오픈뱅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보험사의 사업‧조직모델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얘기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망분리를 합리화하고 금융·비금융 정보공유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은행업의 플랫폼화를 조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신탁업 제도 개선과 부동산에 국한된 투자자문업 개방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처럼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은 당국과 금융사간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부터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당국을 향한 시장의 불만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금융사 역시 피로감을 호소해온 바 있어서다.

특히 두 사람은 친(親)시장적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누차 예고해왔다. 고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정 원장도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에 앞서 금융권을 정책적 우군으로 포섭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가계부채 관리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극복 지원,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등 숙제를 풀어내려면 전통 금융사의 협조가 필수적이어서다.

일례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조항을 담은 전금법 개정과 관련해선 여전히 금융권의 거부감이 상당한 실정이다. 빅테크가 계좌 발급, 자금 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부와 같은 여·수신업을 영위하면서도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자금이 대형 플랫폼으로 이탈하고 빅테크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광주은행을 비롯한 6개 지방은행 노동조합은 법안에 반대하며 공동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당국은 대규모 피해를 부른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금법 개정이 이뤄지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잔여 쟁점을 협의하고 올해 안에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연말까지 잔금대출·전세대출 실수요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 상태다.

이에 외부에선 선제적으로 회유책을 내민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금법 개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금융사의 반발을 잠재울지 여부가 관심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금융당국 수장의 최근 행보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당국 차원에서도 은행·카드·보험 등 모든 업권의 균형 있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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