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교보생명 “안진, 어피너티 의견 100% 반영한 형식적 보고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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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교보생명-안진회계법인·어피너티컨소 분쟁 관련 첫 공판
가치산출보고서에 ‘투자자 입김 영향 미쳤냐’가 핵심
검찰 “어피너티가 세세한 업무 지시한 이메일 근거”
안진 “모든 최정 결정은 안진에서···메일은 단순 소통”
풋옵션 가격 과대평가는 이미 ‘증거불충분’으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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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분쟁’으로 엮여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및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의 공판이 20일 시작됐다. 이날 공판장에서는 검찰이 공소한 ‘전문가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풋옵션 가치 산출 과정’, ‘허위보고서 작성 후 대가성 용역비 수령’에 대한 공방이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어피너티로부터 용역을 받아 풋옵션 가치를 산출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을 공인회계법상 ▲허위보고 ▲부정청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차 공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3호에서 피고인 5명과 변호인단 검사 측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핵심은 보고서가 누구에 의해 쓰여졌는가=검찰은 “안진회계법인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의견을 100% 반영한 형식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실질적으로 가치평가를 위한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역비로 받은 1억2000만원을 포함한 법률 비용 대납 등은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을 뒷받침 할 근거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나눈 업무 이메일을 제시했다. 검찰은 총 7건의 이메일을 제시하면서 여기에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에서 안진회계법인에 세세한 업무를 지시하는 정황이 담겨있다고 발언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11월 어피너티 컨소시엄 직원 A씨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B씨에게 ‘가치평가 금액 요약표를 보내주면 우리가 내부적으로 결과값을 결정하겠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 외에도 검찰은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투자자들은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안진회계법인에 평가방법, 비교 대상 기업 선정 등을 직접 제안하고 결정한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격 결과값이 최초 27만원에서 약 41만원까지 높아진 점도 혐의 입증을 위한 정황으로 제시했다.

반면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 변호인은 가치산출 보고서 작성은 모두 안진회계법인에서 최종적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비상장사 주가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는 안진회계법인도 애초부터 고려했던 것일 뿐 아니라 최종 산출 방법은 안진에서 선택했다는 게 핵심이다.

변호인단은 교보생명 주식 가치 산출 방법으로 GPC, GTC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신 회장은 증발공 규정 등을 평가 방법에 반영하기 위한 핵심자료 제공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신 회장 측의 비협조적인 상황을 고려해 안진회계법인이 자체적으로 산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검찰이 제시한 업무 이메일 내용은 단순 의견 교환 혹은 오타 수정 논의 정도의 내용”이라며 “이를 투자자가 모든 부분에 개입했다고 하는 것을 확대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 측의 공소장이 신창재 회장이 제출한 의견서와 상당 부분 같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검찰이 신 회장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데 대한 입장도 다시 한번 짚었다. 당초 검찰은 풋옵션 가격 과대평가 명목으로 피고를 고소했으나 이는 이미 ‘증거불충분’으로 판단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장 주식 가치 산정 방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과정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어피너티 측은 “공판 준비 과정에서 교보생명이 정상적으로 자사 주가를 평가해 놓은 결과값이 2018년 12월 기준 43만3000원”이라며 “이는 안진회계법인이 최종적으로 산출한 40만9912원보다 비싼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풋옵션 가격 과대평가는 이미 법원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며 재판장의 정상 참작을 호소했다.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9월 10일로 정해졌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의 시작=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요구했지만, 신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앞서 2012년 9월 신 회장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할 당시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한 교보생명에 대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섰다.

문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산출한 주당 가격은 40만9912원인 반면 신 회장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추산하면서 발생한 가격 차이에서 발생했다. FI와 교보생명 간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던 것.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가 있었다며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회계법인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회계사가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투자자들의 의견대로 보고사를 작성해 공인회계법상 ‘허위작성’ 및 회계사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부정청탁’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까지 교보생명 풋옵션 갈등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안진 소속 회계사 3명, 어피너티 관계자 2명,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 등 6명이다. 소재 불분명에 따라 기소 중지된 베어링 PE 관계자 1명까지 합하면 총 7명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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