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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만에 사모펀드로 주인 바뀌는 남양유업···신뢰 회복 관건

57년만에 사모펀드로 주인 바뀌는 남양유업···신뢰 회복 관건

등록 2021.05.28 15:45

정혜인

  기자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최근 불가리스까지 잇딴 논란에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가 지분 전량 한앤컴퍼니에 매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2위 유업체 남양유업의 주인이 창사 57년만에 바뀐다. 2013년부터 잇따른 논란 끝에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가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며 회사를 떠나는 ‘초강수’까지 택했다. 새 주인을 맞은 남양유업이 수년간 훼손돼온 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불가리스 논란 후폭풍에 소유·경영 모두 손 뗀 오너 =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외 2인이 보유주식 전부를 한앤컴퍼니(한앤코 19호 유한회사)에게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27일 체결했다.

매매 대상은 홍원식 회장과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씨, 홍 회장의 손자인 홍승의군 등 3명은 각각 보유지분 37만2107주, 6400주, 431주 등 총 37만8938주(52.63%)다. 계약금액은 3107억원이다. 오너일가 중 홍원식 회장의 동생인 홍명식씨만 이번 주식 매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한앤코19호로 변경된다.

홍 전 회장은 SPA를 맺은 이튿날인 28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메일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통받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며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오로지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같이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며 “언젠가는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뿐”이고 덧붙였다.

홍 전 회장이 회사를 내놓는 ‘강수’까지 둔 것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논란이 벌어진 후 44일만이다.

홍 전 회장은 논란이 벌어진 후 이달 초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을 내려놓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회사는 정재연 세종공장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지난 17일 홍 전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여사와 장남 홍진석 상무까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쇄신책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신뢰를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홍 회장이 스스로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품질 대명사’에서 ‘악덕 기업’으로 이미지 추락 =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1964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의 부친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1964년 설립한 유업체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업체다. 남양유업은 분유와 이유식사업으로 토대를 닦은 후 1990년대 DHA가 함유된 아인슈타인 우유, 발효유 불가리스 등으로 크게 성장했다. IMF 외환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내실경영’의 대명사로 불렸다.

홍 전 회장은 대학 졸업 후 남양유업 기획실에 입사에 경영 수업을 받다가 1990년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남양유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3년에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장에 취임했다. 홍 전 회장은 사업을 다각화 할 때도 ‘유제품’과 관련된 영역에 집중하면서 남양유업을 전문 유가공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2010년 대 초까지는 ‘품질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2013년 불거진 ‘밀어내기 갑질’ 논란으로 남양유업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이 세간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은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후 여성 직원 차별, 과대광고와 노이즈마케팅, 경쟁사 비방 등 논란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렸고 소비자들이 완전히 남양유업에 등을 돌리게 됐다.

이후 수년간 이어진 논란들이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에는 홍 전 회장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상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수사까지 받았다. 홍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개인적ㅇ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홍 전 회장의 외조카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도 논란이 됐다.

최근의 불가리스 논란까지 벌어지며 남양유업은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수년째 이어진 불매운동에 시달리며 매출액이 급감했고, 대리점주와 거래처, 직원들까지 피해를 입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앤컴퍼니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나설듯 = 이번에 오너일가가 경영과 소유에서 모두 손을 뗀 만큼 이제는 남양유업이 다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부도덕한 오너일가가 물러났으니 남양유업의 직원들과 대리점주, 거래처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오너가 물러났다고 해서 회사가 바뀐 것은 아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그 동안 폐쇄적인 오너 경영 체제에서 비롯된 악습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정도의 경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인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 한온시스템, SK해운, 케이카 등을 인수해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한 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SPA 체결 후 입장자료를 통해 “투자회사의 기업체질, 실적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외 대표기업으로 도약시킨 경험을 기반으로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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