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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업계에 부는 무라벨 바람···삼다수 아성 흔들릴까

생수업계에 부는 무라벨 바람···삼다수 아성 흔들릴까

등록 2021.05.12 16:53

정혜인

  기자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강화에 라벨 뗀 생수 인기롯데칠성·삼다수·농심에 유통업체까지 잇따라 출시라벨 떼면 브랜드 차별화 어려워 상위업체에 불리

사진=농심 제공사진=농심 제공

생수업계가 최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라벨(상표띠)을 뗀 ‘무라벨’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라벨은 브랜드, 수원지, 성분 등을 표시해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차별화 하는 수단인데, 이 라벨을 뗀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1조원 규모의 생수시장이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삼다수 등 브랜드 파워가 큰 업체들의 경우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업체들은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수업계 3위인 농심은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농심은 이달부터 온라인몰과 가정배송에서 2L와 0.5L 두 종류의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했으며 향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도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생수업계 1위인 삼다수 역시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무라벨 제품을 출시한다. 삼다수를 생산, 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다음달부터 500mL, 2L 두 종류의 무라벨 삼다수를 가정배송서비스인 삼다수앱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온라인 몰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삼다수와 백산수가 무라벨 전환 대열에 합류하면서 생수업계 ‘빅3’가 모두 무라벨 제품을 판매하게 됐다. 업계 2위인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지난해 1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선보였는데 지난해에만 1000만병이 넘게 팔렸다.

‘빅3’ 외의 중소·중견업체들과 유통업계 역시 무라벨 생수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달부터 무라벨 ‘석수’를 판매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향후 묶음 판매 제품 전 물량을 포함하여 자사 페트(PET) 생산량의 50% 이상을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생수 시장에 진출한 오리온 역시 올 하반기 중 무라벨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자체 브랜드(PB) 초이스엘을 통해 무라벨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백학음료 제조)’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3개월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0%나 늘었다. 롯데마트는 라벨 용기를 사용하는 PB 브랜드 제품 전체를 무라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도 지난 2월 무라벨 PB 생수 ‘유어스DMZ맑은샘물’을 선보였고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PB 생수 ‘헤이루’에 무라벨 디자인을 적용했다.

생수업계가 앞다퉈 라벨을 제거하는 것은 최근 ‘친환경’ 제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생산 단계에서부터 라벨을 뗀 투명 페트병이 각광받고 있다. 무라벨 생수는 빈 페트병을 분리수거 할 때 라벨을 떼는 번거로움이 없고 라벨용 필름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무라벨 생수가 향후 생수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브랜드와 수원지가 잘 알려져 있는 삼다수가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난해 1~6월 생수 시장 누적 점유율은 삼다수(41.1%), 아이시스(13.7%), 백산수(8.3%), 강원 평창수(4.2%), 유통업체 PB(18.6%) 순이었다. 그러나 라벨을 뗀 생수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삼다수의 독보적 1위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온다.

생수는 제품 특성상 일반적으로 제품력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호하며 그 다음으로 라벨에 적힌 브랜드와 수원지를 따져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생수업계에서는 가격 경쟁과 함께 라벨을 통한 시각 마케팅이 가장 대표적인 차별화 요소였다.

그러나 라벨을 제거한 제품들이 대세가 되면 각 브랜드를 쉽게 확인하기가 어려워져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에 따라 브랜드를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수원지도 좋지 않은 중소업체들, 유통업계 PB 브랜드에게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에 생수업체들은 병뚜껑 색깔로 제품을 부각하거나 6입 묶음 포장지에 브랜드를 새기는 방식 등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자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온라인 판매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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