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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G·SK의 배터리 합의가 찝찝한 이유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지숙의 재계톡]LG·SK의 배터리 합의가 찝찝한 이유

등록 2021.04.13 13:29

이지숙

  기자

reporter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2년간 날선 공방전을 벌인 두 회사는 각자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는데요.

양사가 입장문을 통해 밝힌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공동 입장문 외에 양사가 각각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우선 ITC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승기를 잡으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의금 2조원을 받게 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식재산권’을 강조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 사업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장밋빛 전망 만을 전했는데요.

눈에 띈 점은 2조원 합의금을 지급함에 있어 어떤 사유로 지급하게 됐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인정이나 사과 등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가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에서 소모적인 소송 절차에 얽매이기보다 사업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와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합의했다”는 내용만이 담겼는데요.

물론 적지 않은 합의금을 지불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결과를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지급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이는 그동안 ITC 최종결론에도 소송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2조원의 합의금을 물어주게 됐음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며 시선을 돌리는 SK이노베이션의 모습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군다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아직 흑자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인데요.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3000억~4000억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며 내년 첫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의금 2조원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의 흑자전환 후 향후 3년간 영업이익을 LG에너지솔루션에 가져다 주는 격입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체질변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있어 자금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확대된 재무부담의 축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당장의 손해에 대한 설명 없이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만 전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보입니다.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합의안에도 물음표가 따라 붙습니다. 양사는 이미 2014년 한차례 분쟁을 겪은 뒤 합의하고 2019년 재차 배터리 전쟁을 벌인 바 있는데요.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 없는 재발방지 약속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영 받아야 할 LG와 SK의 배터리 분쟁 합의에 찝찝함이 남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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