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나랏빚 2000조 육박?···“채무와 부채 달라, 말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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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국가부채는 나랏빚 아냐···채무와 부채 성격 다르다”
연금충당부채 100조↑?···“연금수입 고려 않고 지출액만 추정”
최배근 “국가부채 GDP 돌파?···부채·채무 혼돈 이용한 말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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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나랏빚이 2000조에 육박하고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가부채와 국가채무를 구분하지 않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또한 ‘나랏빚’으로 불리는 국가채무와 비확정부채인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국가부채는 다른 개념으로 부채를 나라빚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의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지자체가 상환의무를 갖는 확정부채는 717조6000억원, 비확정부채는 1267조7000억원이다. 이에 일부 매체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1985조원까지 늘었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924조 5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부채가 GDP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페이스북에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나랏빚이 1985조원이며, 사상 처음으로 GDP를 추월했다는 보도고 있었다”면서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에 대한 진실을 설명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나랏빚으로 지칭되는 국가채무는 국가재정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환의무가 있는 채무로서 2020년 기준 846조9000억원(GDP 대비 44.0%)”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어제(6일) 국가결산보고서에서 발표된 국가부채는 현금주의의 국가채무와 달리 발생주의에 입각해 작성되기 때문에, 확정된 부채 외에도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할 경우 채무가 되는 비확정부채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은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로 1044조7000억원”이라며 “연금충당부채는 재직자(공직자·군이)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보험료의 수입으로 충당하므로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0조5000억원(10.6%) 증가했다. 공무원연금이 71조4000억원, 군인연금이 29조1000억원 각각 늘었다. 이 같은 연금충당부채는 현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장기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발생주의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산정해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는 이유에 대해 “미래시점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미래(77년간)의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 추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연금충당부채 금액에 비해 실제 부담액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급되는 연금지출액은 재직자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대부분 충당하는데,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의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 추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100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최근 저금리에 따른 할인율 조정(2.99→2.66%) 등에 따른 자동적 증가액(+86조4000억원)이 대부분(86.0%)”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반박도 줄을 잇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부채와 국가채무는 다르다. 지난해 발표한 847조원 그대로다”라며 “일반국민들이 채무(debt)와 부채(liability)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말장난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종래 발표한 국가채무에 변화가 없다”며 국가채무는 846조9000만원이며 GDP대비 44%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122.7%보다 비교해 한참 낮은 수치이다.

그는 “1인당 나라빚 1635만원이라고 했는데국가채무 중 국민이 부담해야할 채무는 846조9000만원 중 61%에 해당하는 518조로 국민의 인구수로 나누면 1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29조는 상환할 자산을 가진 (금융성)채무이다”고 밝혔다. 또 “국민 1인당 나라 자산도 4810만원이나 된다. 즉 정부는 채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2490조원이 넘는다”며 “1985조원의 부채가 있다고 2490조원(순자산 505조원)을 물려받지 않을 국민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언론에서 2000조원이라고 표현하는 국가부채는 재무제표상 부채 총액을 뜻한다”며 “이를 국가부채라고 칭하면 정말 황당해지는 이유가 바로 충당부채(지출의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가부채 지표는 ‘D1(국가채무)’, ‘D2(일반정부 부채)’, ‘D3(공공부문 부채)’ 세 종류로 분류된다. 언론이 표현하는 부채 2000조원은 재무제표상 부채총액”이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충당부채와 예수부채를 그 사례로 들었다.

예를 들어 부채총액이 408조원이고 이 가운데 예수부채(소비자가 맡긴 예금)가 330조원인 은행이 있다고 하자. 이 은행의 자산총액은 438조원인데 이 중 은행이 돌려 받을 수 있는 대출채권이 327조원이며, 금융자산도 16조원에 이른다고 하면 이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부채 총액만이 아니라 자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회계의 원칙은 자산은 자산대로, 부채는 부채대로 총액을 인식하며 부채 총액만 보지 말고 늘어나는 자산을 같이 따져야 한다”며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잣대는 연금수지적자규모다. 부채규모를 과장하면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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