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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핵심 사업 ···신사업 눈돌려 돌파구 찾는 신동빈

[롯데, 바이오 진출]무너진 핵심 사업 ···신사업 눈돌려 돌파구 찾는 신동빈

등록 2021.03.23 16:56

정혜인

  기자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등 바이오사업 진출 검토5년간 위기 및 유통·화학 부진에 그룹 매출 70조로 뚝신동빈 회장, 혁신 성장 전략 방안 마련 여러 차례 주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사상 최대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이 ‘바이오’를 새로운 먹거리로 꺼내들고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롯데는 그 동안 유통, 화학 등 주력 사업 분야가 부진한 상황에서 혁신 신사업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사업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오 시장 처음 뛰어드는 롯데 =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바이오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는 이날 “현재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롯데그룹이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처음으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지난 2017년 요양병원 보바스기념병원을 인수해 의료사업에 뛰어든 바 있으나 신약 및 제약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이 바이오투자 파트너로 엔지켐생명과학을 선택한 것은 이 회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어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염증해결촉진자, 호중구이동조절자로 주목받는 신약 후보물질 ‘EC-18’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C-18은 코로나19 치료 임상 2상을 마쳤는데,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르면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임상 2상 단계까지 접어든 만큼 롯데의 투자 성공 및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롯데의 위탁생산(CMO) 사업 진출도 가능하다.

롯데그룹이 어느 계열사와 함께, 어떤 형식의 투자에 나설지는 모두 미정이나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롯데칠성 등과의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화학기업인 만큼 추후 신약생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롯데칠성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 지분을 취득하는 등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및 원료 제조 사업으로 사업 목적을 확대한 만큼 신약 관련 소재 사업을 접목할 수 있다. 또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시너지 모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동빈, 올해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에 방점 = 롯데그룹이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는 것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그룹 사업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오너 부재, 일본 불매 운동,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경제 보복, 한일 관계 악화와 일본 불매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매출액은 2017년 81조2000억원에서 2018년 84조원으로 3.4% 성장하는 데 그쳤고 2019년에는 74억5000억원으로 11.3%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만큼 그룹 매출액이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지속되며 롯데의 신성장동력 마련도 점차 더뎌지고 있다. 반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장,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빠르게 투자를 확대했고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까지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 탓에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런 롯데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해 임원과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고 올해 중장기 계획과 미래 비전 수립을 통한 혁신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두산솔루스를 품은 스카이레이크에 29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자동차 신소재 관련 협업을 논의하는 등 배터리 사업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전하며 이커머스 확대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올해 첫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회의)에서도 ‘생존’보다는 ‘혁신’과 ‘성장’ 전략 마련에 고심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SK처럼···실패하더라도 장기적 안목·투자 필요 = 이 같은 맥락에서 신 회장은 바이오산업을 롯데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 SK가 이미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롯데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기며 글로벌 CMO 시장점유율 28%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을 통해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가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바이오사업을 그룹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업과 화학업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롯데가 바이오시장에 진출하는 것마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제로 임상을 마치고 생산까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임상 중도에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고 단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갈 추진력도 갖춰야 한다. 삼성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11년 설립해 10년째 거액의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SK그룹은 28년 전인 1993년부터 바이오 투자를 단행했고 2007년에 신약 개발 부서를 만들었다.

롯데가 이제야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어 실제 성과를 언제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신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부르게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며 “삼성, SK와 같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롯데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오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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