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탐구]‘위기의 K배터리?’···운전대, 아직 배터리업체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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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발 악재 LG화학 급락...증권가 “단기적 불확실”
GM·테슬라와 협력관계 굳건...폭스바겐 비중 10% 내외
배터리 셀의 핵심은 케이스 아닌 화학기술...수요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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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폭스바겐이 K-배터리에 악재를 안겼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불확실성이 커진 양상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운전대는 배터리 업체가 쥐고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의 미래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7.76%(7만5000원) 급락한 8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도 전 거래일 대비 5.69%(1만3000원) 떨어진 21만5500원에 마감했다. 폭스바겐의 ‘파워 데이’ 영향으로 국내 2차전지 산업을 대표하는 두 업체가 나란히 파란불을 켰다.
◇폭스바겐, 2023년 각형 배터리 셀 양산...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양강구도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2030년까지 추진할 전기차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향후 10년 내 연간 240GWh 규모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배터리 제조단가를 절반 가량 낮춰 전기차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폭스바겐이 내세운 ‘각형 통합 셀’은 저장 용량 및 고속충전 속도 개선, 원가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셀은 2023년부터 양산되며, 2030년에는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최대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장착될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인 폭스바겐은 배터리 셀의 안정적 공급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배터리 파트너사로 중국 ‘CATL’와 ‘노스볼트’를 점찍으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협업 기회를 잃게 됐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각형 셀이 아닌 파우치 셀이 주력이다.

◇LG화학의 폭스바겐 비중은 10% 내외...향후 물량증가 기대감 낮아져
증권가는 이번 이슈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주요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두 업체의 물량증가 기대감은 크게 낮아져서다.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 가운데 폭스바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이후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단일 폼팩터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기존 배터리 셀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며, 수주잔고 내 폭스바겐의 비중이 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우려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악재에 따른 주가 약세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일관된 시각이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먹거리를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테슬라 배터리 데이 때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업황 개선으로 주가가 회복됐다.

◇전기차 시장 확대 속에 테슬라·GM과 맞손...원통형 배터리 셀 경쟁력도 주목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이 각형 셀로 통합한 이유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ATL과 지분을 투자한 노스볼트가 각형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CATL의 품질 경쟁력은 한국 배터리보다 다소 낮고 노스볼트는 품질 및 원가 모두 열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폭스바겐은 배터리의 품질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우선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스볼트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테슬라 진영과 파우치 타입의 원가 절감이 가속화되면 폭스바겐의 배터리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셀의 핵심은 어떤 케이스를 쓰는지가 아닌 안에 있는 화학물질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며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자동차 업체들이 각형 배터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기존 파우치 업체들도 각형에 신규 투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GM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합작법인을 통한 안정적인 배터리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전략이 지속된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중국 지역에서 고성장은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폭스바겐 내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이지만 각형 폼팩터를 보유한 삼성SDI는 일부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각형 폼팩터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까지 확대될지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미국에 건설할 신규 공장에서 테슬라에 납품할 원통형 전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통형 전지는 열폭주 현상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셀당 용량도 파우치, 각형보다 낮아 열관리에도 용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형전지의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결국에는 하이브리드 각형전지로 발전돼야 이상적”이라며 “폭스바겐 파워데이 이슈는 산업의 빠른 성장과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 추진, 고객사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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