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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재개한 아시아나항공, 시장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stock&톡]거래 재개한 아시아나항공, 시장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등록 2019.03.26 15:50

임주희

  기자

‘한정’감사보고서 제출 사흘만에 ‘적정’감사보고서 제출 아시아나항공, 사태 수습 나섰으나 시장 혼란 지속돼 주권매매정지·상장채권 상장폐지·관리종목 지정에 이어 신용등급 하향 감시 대상에 이름 올리며 유동성 위기 우려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적정’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22일 감사의견 ‘한정’ 감사보고서를 제출한지 사흘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삼일회계법인의 의견을 반영해 ‘적정’ 감사보고서를 내면서 아시아나발(發) 금호아시아나그룹 위기는 면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 사이 주권 매매는 정지됐으며 상장채권은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리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거래 재개시 기관투자자들의 손절매로 인한 주가 하락이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신용등급 하향 감시대상에 이름을 올려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졌다. 또한 재무제표까지 두 차례 변경되면서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일 기준 2일만에 사태를 수습했지만 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26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호산업도 9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장 개장 전인 오전 8시23분과 59분에 기재정정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개장전 쏠린 매도 물량은 상당했다. 이로 인해 개장 직후 변동성완화장치(VI)가 수차례 발동했다. 결국 전일 대비 각각 14.98%, 25.91% 하락해 장을 마감했고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다.

다행히 오는 27일 관리종목지정해제에 따라 KRX300 등 주요지수에서 제외되지 않지만 감사의견 ‘한정’ 감사보고서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분석을 당분한 유보한 상태다. 이미 두 차례 재무제표가 바뀐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정’의견 감사보고서 제출 당시 기재정정을 통해 2018년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1784억원에서 887억원으로 정정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5%에서 625%로,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700%에서 721%로 늘었다.

이어 이날 제출한 감사의견 ‘적정’ 감사보고서로 인해 또 한번 재무제표가 변경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경영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7조 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손실 1959억원으로 확정했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이전 공시와 동일했으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49%로 잠정 실적 공시 대비 144%p 증가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잠정실적 공시보다 1502억원 감소했다. 잠정 실적과 외부 감사 이후 확정 실적 간 차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그 차이가 상당하다.

이러한 수치 차이는 신용평가사가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목록에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의 제86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하향 감시대상에 등록했다. 이는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표명되면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큰 폭의 순차입금 감축에도 여전히 재무부담이 높은 가운데 회계정보의 신뢰성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돼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신평은 유동화차입금에 대한 등급 트리거의 존재에 주목했다. 한신평은 이를 유동성 관리 측면의 잠재적 부담요인(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BB+이하로 하락할 경우 신탁 조기지급 사유 발생)으로 지목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 저하는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로 이어져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는 신용등급 1단계 하락 뿐 아니라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설 경우에도 조기상환 요건이 발동된다는 특약이 붙어있다.

증권가에서는 신(新) 외부감사법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아시아나항공에게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과거 수차례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에 의견을 냈었다. 2018년 분에만 유독 깐깐한 잣대를 들이 댄 것은 신 외감법이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그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뒤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주기적 지정 감사제’가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 입장에선 지정감사 3년에서 과거 회계가 문제가 된다고 하면 안돼기 때문에 올해부터 상당히 원칙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계는 원칙이기 때문에 어느 회계사가 보든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전엔 ‘통상적’이 통했다면 올해부턴 이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 요구가 상당한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아시아나항공은 이 과정에서 의견 조율에 실패해 이 같은 사단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 이미지를 포기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1년 기한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다음달 초가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시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나서야 ‘적정’ 의견을 받아 위기를 면했지만 손실이 증가한만큼 새로운 채무이행 계획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시장 신뢰 회복도 아시아나항공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회계 기준이 강화되면서 부채비율 상승 압력이 발생했고 이는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높아졌다”라며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한다면 경영정상화는 물론 돌아선 투심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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