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그룹 "전기차 비중 더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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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임원 회의서 전기차·수소차 속도조절 요구
전기차 대비 성장세 저조 수소차 재정비 수순
'선택과 집중'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포석
"수소차 사업 축소 아닌 전기차 확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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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전동화 사업의 두 축인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해 각기 다른 속도조절을 지시했다. 대중성과 수익성이 입중된 전기차 비중은 더 늘리고,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서 성장세가 저조한 수소차 사업에 대해선 당분간 힘을 뺄 것을 주문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비공개 임원 회의에서 전기차 비중을 크게 늘리되 수소차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낮출 것을 지시했다. 정 회장이 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속도조절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중에서도 한때 '수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수소 사업에 올인하던 정 회장이 스스로 해당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첫 수소 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수소경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 수소차 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의 이번 지시는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판매량은 97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현대차 넥쏘의 주도 속에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지난해 2배 넘게 불어난 판매량과 비교하면 올해는 그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수소차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전기차의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는 점에서 수소차 부진이 단지 불리한 대외적 환경 때문만은 아닌 듯 보인다. 전기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63% 증가한 428만5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대표 수소차 '넥쏘'와 전기차 '아이오닉 5'의 글로벌 판매량만 비교해봐도 대중성·수익성의 차이는 확연하다. 아이오닉 5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만 4801대로, 같은 기간 넥쏘의 판매량 3703대의 4배를 넘어섰다. 아이오닉 5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반면, 넥쏘는 1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소차의 낮은 성장세는수소차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서 전용 충전소 운영 등 설치 기반이 빠르게 잡힌 전기차에 대중성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정부는 2022년 수소 충전소를 310기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2020년 목표였던 130기도 달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수소차 충전소는 115개에 불과하다. 반면 전기차 충전소는 전국에 약 2025개로, 수소차 충전소에 20배에 달한다.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이 짧으며 더 많은 보조금이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이유다.

한켠에선 수소의 높은 생산 원가를 감안할 때 애초부터 수소차는 수익성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장거리 운행에 적합한 수소연료전기차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3세대 수소 연료전지'의 생산 단가 상승에 연구·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겹치면서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사업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3월 개최된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수소' 사업과 관련, 일절 언급이 없어 이같은 의혹은 더 짙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 정부가 수소차 관련 보급 예산을 축소한 것 역시 정 회장을 결단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올해 2회 추경예산안에서 수소차 보급 예산을 기존 6795억500만원에서 4545억500만원으로 줄였다. 본예산 항목 중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이는 새 정부가 전(前) 정부와 달리 수소차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이번 발언이 수소차 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의도로 읽혀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기차 사업에 힘을 더 싣자는 의미일 뿐, 수소차와 전기차 사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은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은 긍정적인 측면이 높다"며 "이미 전기차는 친환경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또한 수소차와 전기차 '투트랙 전략'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에 발맞춰 전기차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차 사업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사업은 연일 승승장구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선전에 전기차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에선(1~7월 누적) 테슬라에 이어 판매 2위를 기록 중이고, 독일에선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닛산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기아 역시 스웨덴에서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기차 판매 확대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견인차가 됐다. 내연기관에 비해 판매 단가가 높다보니 적게 팔아도 많은 이득을 남겼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187만 4104대, 141만 6319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만 7089대, 2만 7788대 덜 팔렸다. 이에 반해 현대차 상반기 누적 매출은 66조 2985억원, 영업이익은 4조 908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각각 14.9%, 38.6% 늘어났다. 기아의 매출 영업익도 각각 40조 2332억원, 3조 8405억원으로, 지금껏 받아본 적 없는 성적을 누렸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이승연 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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