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조달러 육박하자···금융당국 수장들 ‘우디르급 태세전환’ 재조명

최종수정 2021-02-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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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급등하자 역대 금감원장들 발언 다시 도마
‘비트코인 급락’ 예언 최흥식, 여론 악화에 태도 변화
‘최흥식→윤석헌’ 금감원장 교체로 제도권 진입 기대
3년간 ‘감감무소식’···보물선 사태 후 이렇다할 조치 없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비트코인으로 차량 구매대금 결제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마스터카드와 트위터, 뉴욕멜론은행 등도 이에 가담했고, 캐나다에서는 세계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자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 상장 심사를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비트코인 투자에 가세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버블’이라며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가상화폐에 대한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가상화폐에 대해 공식화하는 액션을 취하자, 국내 금투업계에서도 하루 빨리 제도권 도입에 희망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가 공식적으로 하나의 금융투자상품으로써 거래하게 되면 거래량과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전부터 국회의원들이 가상화폐 제도권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섰지만 현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투업계 내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적극 나서줘야 하는데 몸 사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들의 과거 발언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2017년 12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급락을 예견하면서 “나중에 버블이 확 빠진다. 내기해도 좋다”고 발언한 것이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에 대해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대해서는 유럽도 다들 답을 못 찾는다. 비트코인에 대한 원칙은 없다”며 가상화폐 규제 강화를 강조했다.

그의 말 한마디 때문은 아니겠지만 시장은 폭락했고 수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품붕괴에 대한 내기 발언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당시 최 전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까지 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렇게 사라진 시총의 상당 부분은 우리 국민들의 재산이었다. 가상화폐의 본질이 화폐이거나 재화, 혹은 금융상품 무엇이 됐든 말이다”라고 비난했다.

비난이 멈추질 않자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최 전 원장이 지난 2019년 1월에 가상화폐의 정상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국민들 앞에 사과했다.

최 전 원장을 두고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라며 재차 비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그의 후임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했고, 가상화폐업계를 그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윤 원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가상화폐를 ‘도박’이라고 규정한 최 전 원장과 달리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분류된데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 데 반해, 윤 내정자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또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현 정부의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렇듯 긍정적 발언만 해왔던 윤 원장이 금감원 수장으로 몸담는 동안 최소한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윤곽정도는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에도 ‘감감무소식’이다.

그가 취임한 두달 후 ‘보물선 사태’가 터진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물선 사태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이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한 일종의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말한다. 이 사태 때문인지 윤 원장도 불과 몇 개월 만에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규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후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몸 사리게 된 윤 원장은 현재까지도 가상화폐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역시 가상화폐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가상통화 제도화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가려면 아무래도 금융당국의 수장들의 역할이 크다”라며 “가상화폐를 자본시장법상 금융상품으로 먼저 규정하는데 앞장서야함과 동시에 국회와 의견을 모아 법안 발의하는데 일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한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어서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도 전자상거래법으로 분류돼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 금감원이 감독하는 게 없다보니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투자자들로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라며 ”그러나 금융당국들은 현재 정부 눈치 보는 데에만 급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정부는 제도권 밖에 있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촉발할 수 있는 부작용은 세금,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으로 최소화하면서도 제도화에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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