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인사 개입 NO” 달라진 금융당국

최종수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설에 의도적인 거리두기
은성수 취임 후 “회추위 뜻 존중” 반복적 입장 강조
범정부 차원서 민간기업 CEO 거취 존중 의지 확고
인사 자율성 보장하자 은행권도 정책 동참으로 화답

이미지 확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연임 가능성이 언급되는 회장들의 거취에 대해 금융회사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 스스로 관치금융과의 거리 두기에 노력하고 있고 은행의 정책 참여까지 유도할 수 있게 된 점은 호평받을 만하지만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감독당국 본연의 임무를 방관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태 회장의 차기 하나금융 회장 연임 우려 문제를 묻자 “회장 선임 문제는 금융회사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나금융 이사회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시장 안팎의 걱정과 우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이 금융회사 CEO 인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도 “이사회와 주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 때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은 위원장이 이와 같은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는 것은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확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 전체를 넘어 청와대까지도 금융회사 경영 현안에 대한 불개입 하기로 의견이 일치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전반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가득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금융권 요직을 꿰차며 ‘서금회 특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지역적 연결고리가 있는 이른바 ‘부금회’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와 달리 부금회와 연계된 인물들이 인사 특혜를 받았다거나 정부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특정 CEO의 연임에 대해 소위 ‘딴죽’을 거는 모습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지난 2018년에도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홀로 김 회장의 연임을 비판했을 뿐 오히려 금융위는 묵인하는 쪽에 있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다 보니 은행 처지에서는 정부 정책에 동참해야 하는 명분이 더 선명해졌다.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권과 사업권을 존중하기 위해 어떠한 경영 현안에도 개입하지 않기로 하되 민간 금융권으로부터 국가 주도 각종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기조가 확고해지고 있다.

결국 당국의 인사 개입을 원치 않는 금융권과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동참이 필요한 정부의 필요조건이 동시에 충족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은 위원장과 만난 금융지주 회장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 연장 조치에 흔쾌히 합의하고 은행권의 ‘뉴딜 투자 붐 조성’에 동의한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호응 취지와 가깝다는 분석이다.

물론 비판도 있다. 금융당국이 인사 불개입 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자율성을 보장하는 쪽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쪽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연임한 CEO가 각종 리스크에 휘말려 물의를 일으키면 CEO의 거취에 대해 견제를 하지 않았던 감독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물론 회장 선임의 권한은 이사회와 주주들에게 있기에 권한이 없는 당국에 책임을 묻는 일도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불개입 기조를 굳힌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CEO가 준법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평상시 감독을 꼼꼼히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관련기사

엘지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