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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회장, DB하이텍 증설에 신중

김남호 회장, DB하이텍 증설에 신중

등록 2021.02.03 15:05

수정 2021.02.03 15:39

김정훈

  기자

삼성·TSMC와 다른 아날로그 반도체 주력증설 걸림돌···예측 어렵고 투자비 부담 사측 “시설투자 필요성 아직 못느껴” 반박

DB하이텍의 글로벌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주요 업체 중 9위권이다.DB하이텍의 글로벌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주요 업체 중 9위권이다.

DB그룹의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DB하이텍이 쏟아지는 주문에도 팹(공장) 증설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선 8인치(200mm) 웨이퍼(반도체 집적회로 핵심재료) 주문 쇄도에 증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투자 필요성이 낮은 제품 특성 및 신규 설비 전환의 어려움, 막대한 투자비 부담 등이 걸림돌로 제기된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은 DB하이텍은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운영 중인 2공장을 100% 가동 중이다. TV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침 등의 수요 증가로 매출의 80% 이상 차지하는 해외 주문량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DB하이텍의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월 13만장 수준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주잔고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도 밀려드는 주문에 따른 증설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올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매출액은 역대 최대인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무려 30%에 달했다.

시장 기대치가 올라가고 공장 증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기인 만큼 김 회장이 신규 투자 결단을 내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준기 창업주 장남으로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남호 회장은 신규 투자 결정의 키를 쥐고 있다. 김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미래를 향해 큰 발걸음 내딛는 한 해를 만들자”고 각오를 다졌다.

관건은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실제 DB하이텍이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반도체 업계 관측이다.

파운드리 회사가 8인치 외에 12인치(300mm) 웨이퍼를 제조하려면 신규 공장을 지어야 한다. DB하이텍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메모리 제조기반이 없어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선 신규 설비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매출액은 700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 수준이다. 분기보고서에 올라온 현금성 자산은 496억원으로 현 시점에서 투자비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수요 예측이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새로운 공장을 지어도 일정한 주문이 없다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질 것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조 단위로 투입되는 투자 결정이 어렵다”면서 “8인치는 12인치 웨이퍼 대비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지난 몇 년간 보완 투자를 진행하면서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왔다. 시장의 증설 기대와 달리 DB하이텍은 앞으로 12인치 파운드리로 갈 필요성을 여전히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운드리는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단가 경쟁을 하는 사업은 아니다. 이 때문에 DB하이텍은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비 부담은 물론이고, 지금 투자해도 4~5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시설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TSMC나 삼성 파운드리는 모바일어플리케이션(AP), 모뎀 칩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반면, DB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 전반을 제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며 “대형 업체들과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증설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DB하이텍은 생산라인을 새로 깔아야 하는 시설 투자는 당장 현실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을 월 5000~1만장 정도 늘리는 보완 투자 정도는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DB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옛 동부그룹은 수년간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고 투자 실패 사례 등을 고려하면 김남호 회장이 대규모 신규 투자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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