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변신 下]구광모의 선택과 집중···3대 먹거리 ‘가전·전장·배터리’ 압축

최종수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글로벌 1위 앞다투는 가전·배터리 속도전
미래 먹거리 떠오른 전장에선 과감한 투자
“3대축 세우고 기저엔 AI·로봇이 핵으로 작동”

이미지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이 적자늪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축소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더욱 선명해졌다. 구 회장의 핵심 가치로 알려진 ‘실용주의’가 재작동하면서 가전, 전장, 배터리라는 굵직한 3개의 줄기가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모습이다.

지난 20일 LG전자 CEO 권봉석 사장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LG전자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마트폰 사업의 축소는 사실상 확정됐고 나아가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궤도에 오른 것으로 해석했다.

그만큼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엔 과감히 뛰어들지만 비주력 사업은 발 빠르게 정리하며 체제 개편에 힘을 실었다. LG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을 수차례 주문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LG전자와 (주)LG는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했다.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와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도 단행했다. 2019년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했고 LG화학이 미국 듀폰 솔루블 OLED 기술을 품에 안았다.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을 손에 넣었다.
과감한 정리도 이어졌다.

회장 취임 후 4개월만인 2018년 10월 구 회장 등 LG특수관계인은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 전량인 19.9%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했다. 판토스 지분 매각 이후 한 달 만인 11월에는 LG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해 매각했다.

2019년 2월에는 ㈜LG, LG전자, LG CNS가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공동 투자했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을 청산했다. 2012년 LG퓨얼셀시스템즈 인수 후 2500억원을 투입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해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그해 7월에는 LG전자가 수처리 관리·운영회사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부방 관계회사인 테크로스에 매각했다. LG전자는 2010년 수처리 분야를 차세대 성장 엔진 중 하나로 선정했으나 예상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않자 관련 자회사를 매각하며 9년 만에 사업에서 손을 뗐다.

동시에 LG디스플레이도 조명용 OLED사업에서 철수했다. LG이노텍은 적자를 이어온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해 초엔 LG화학이 수익성이 악화된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어 2월에는 컬러 감광재 사업을 중국에 매각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주력 사업인 가전을 필두로 전장과 배터리까지 3대축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가전 사업은 최근 글로벌 1위 업체인 미국 월풀을 제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류재철 부사장을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선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전부 ‘신가전’ ‘초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오는 7월 출범을 목표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로 한 점도 빠질 수 없다. 앞서 구 회장의 ZKW 인수로 전장 사업에 운을 띄운 후속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LG화학이 지난해 말 전지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고 배터리 전문가인 김종현 초대 CEO를 선임한 점도 추가 요소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과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이런 3대 축의 밑바탕에는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과감한 행보도 깔려 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5개 계열사는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AI,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 등 스타트업에 19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 7일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 ‘LG AI 연구원’을 출범하고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 출신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를 영입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세운 3대 축을 중심으로 핵심 토대인 AI와 로봇 분야에서 추가적인 M&A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AI와 로봇은 가전, 전장, 배터리 어느 분야에서도 빠질 수 없는 기본 골격이 됐다”며 “그간 굵직한 M&A와 거리가 멀었던 LG 기업 문화를 구 회장이 실용주의와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180도 뒤집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임정혁 기자 dori@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관련기사

더보기
엘지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