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시대]삼성전자· ‘BBIG’ 주도···10년 전 ‘차화정 안되려면

최종수정 2021-01-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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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셀트리온·LG화학·삼성SDI·네이버·카카오·엔씨
7개 종목 시총 312兆 육박, 코스피 비중 15% 차지
제조업에도 배터리와 바이오가 ‘새로운 주역’으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진단도, ‘옥석 가리기’ 해야

새해 첫날부터 동학개미군단들의 강력한 매수세로 꿈의 지수인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개인투자자는 새해 이틀간 1조7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들은 무엇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있겠지만 주로 ‘BBIG’ 종목들이었다. BBIG은 바이오(B)·배터리(B)·인터넷(I)·게임(G) 등 미래산업 성장주를 총칭하는 신조어인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수가 고꾸라졌을 때도, 이들의 질주는 계속됐다. 3년 넘게 2위 자리를 지키던 SK하이닉스를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이 위협하고 있는데 BBIG이 반도체 아성을 넘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코스피 3000시대’라는 문을 열게 해 준 것도 ‘BBIG’ 종목들의 약진 덕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코로나라는 위기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말도 있고, 국내 증시 체질이 미국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처럼 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스닥에서도 페이스북(F), 애플(A),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을 지칭하는 ‘팡(FAANG) 주식’이 있는데 이들이 주도주 역할을 해왔다. 어찌됐던 BBIG은 이미 전통산업 강자들의 순위를 끌어내리며 주식시장 주류로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생태계까지 바꾸고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있듯이 현재의 상황을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진단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에도 코스피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시장 흐름을 신중하게 보는 분석가들은 어떤 지표를 참고해도 증시가 펀더멘털을 이탈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만일 버블 붕괴로 인한 대혼란이 오면 코로나 시대의 주도주 역할을 해왔던 ‘BBIG’ 종목들의 추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전체 시총 2028조 중 312조 ‘15% 차지’…10년 전 효자종목 ‘차화정’ 연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15위 기업은 모두 BBIG 기업이다.

특히 이 가운데 이른바 ‘BBIG 7’으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LG화학, 삼성SDI 등의 주가 상승률은 지난 1년간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189%까지 달했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4%에 이르렀다. 이 중 삼성SDI는 지난 1년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189.2% 증가)이다. 꿈의 주식인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배터리 관련주로 주목 받으면서 같은 기간 LG화학도 100% 가량 올랐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를 대표하는 카카오와 네이버, 엔씨소프트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주가도 각각 160%, 60.56%, 80.7% 올랐으며 ‘바이오 투톱’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로나19 여파로 몸값이 뛴 영향 덕분에 각각 93%씩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의 약진은 더 뚜렷하다. 작년 6월 11일 시가총액 10위 안에 있던 신한지주, 포스코, SK텔레콤 등을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BBIG의 성장은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연상케 한다. 당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주식시장은 2009년 2분기부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고유가로 화학·정유업종이 수혜를 봤고,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현대차·현대모비스 등 대형 수출주가 올라탔다.

과거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주도주 랠리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중국 관련주(2005~2007년, 조선, 철강, 기계), 차화정(2009~2011년, 자동차, 화학, 정유), 중국소비 및 내수(2014~2015년, 화장품, 건강관리), 반도체(2016~2017년, 반도체, IT부품·장비) 등인데, 이들 주도주의 평균 랠리 기간은 약 2년, 지수 고점까지의 수익률은 평균 273%,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은 211%p에 달했다. 현재의 BBIG 주도주 랠리와 비교했을 때 지속 기간, 지수 레벨, 수익률 등 모든 측면에서 3분의 1 지점에 위치해있다고 말할 수 있다.

◇BBIG 쏠림 과열인가? PER 부담도…단 일시적 현상은 아냐 = 유독 BBIG의 성장이 두드러지자 일각에서는 이들 종목의 쏠림 현상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에이션 측정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만 살펴봐도 이들 주가가 대부분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기업 이익에 견줘 현재 주가 수준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지표다. 그 회사의 1주당 순이익이 몇 배인지를 따지는 것인데, 쉽게 말해 시가총액이 연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PER이 20배라면 한 해 순이익의 20배가 시가총액이다.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통상 12배보다 낮으면 저평가, 그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현재 BBIG 7 기업 중 가장 높은 PER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으로 268.34배다. 다음으로는 LG화학으로 215.18배, 셀트리온은 159.38배, 삼성SDI는 125.12배다. 단 카카오는 작년 당기순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PER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서는 미래 성장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은 높은 주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등장한 지표가 PDR(Price Dream Ratio)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서는 “과거 증시 폭락 이후 주가가 급반등했을 때에는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포스코 등 주로 전통 제조업체 주가가 반등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회복 국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과거와 다른 종목이 반등을 주도했다. 대표선수가 교체됐으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삼성증권에서도 “PDR은 올해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조어다. 투자자 관심이 꿈이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으로 쏠린다. 당분간 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또 이들 성장주 쏠림이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쇼핑 같은 디지털 기반 경제활동이 ‘뉴 노멀’이 됐고, 전기차와 친환경에너지·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미 산업재편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기차 기업 테슬라 시총이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1위에 올랐다. LG화학과 삼성SDI와 같은 제조업종에서도 배터리와 바이오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정부까지 나선 ‘뉴딜펀드’, 기름 붓는다는 지적도…옥석 가리기 중요= 그럼에도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BBIG 성장주들이 국내 증시를 연일 달구자 정부까지 이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게 화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한국거래소의 ‘K-뉴딜지수’와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펀드’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성장주가 이미 뜨거운데 정부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BBIG-K 지수가 나오자 업계의 반응은 역시나 싸늘했다. 그렇잖아도 BBIG에 대한 투자 과열은 상당한데다, 뉴딜펀드의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방안은 나온 게 없지만 투자 대상이 이미 정해진 터라 유동성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홍콩의 증권사인 CLSA는 정부가 BBIG 업종으로 구성한 K-뉴딜지수 등을 발표한 점 등을 언급하며 “뉴딜펀드에서 소외된 기업들은 패자(Loser)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LSA는 “이미 뜨거운 BBIG 관련주에 기름을 끼얹는 방식으로 이뤄진 정부의 시장 개입에 경악했다”며 “정부가 큰 거품을 조장하는 데 앞장선 꼴이다. 우리 모두 버블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디지털 인프라, 5G, 원격의료,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시장의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나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시행 같은 정책으로 바이오 산업에 정책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BBIG 업종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옥석 가리기’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BBIG 지수에 편입된 40개 종목 중 내년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함께 좋아질 수 있는 기업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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