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리포트|관치금융 부활]금융권 장악한 정피아·관피아···‘들러리 금융’ 우려

최종수정 2020-12-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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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주요 기관·단체 수장에 前 관료·의원 포진
외풍은 막아주겠지만 ‘예스맨 회장’ 되면 오히려 毒
정부 정책 실패 동조하면 금융사 부실 이어질 수도
업권 성장 위한 생산적 대안 창출 여부 여전한 의문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 후 금융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다시 등장해 금융권의 각종 기관과 단체를 장악했다. 한동안 사라지는가 했던 관치금융의 망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권의 여러 숙원사항이 겹겹이 쌓인 만큼 새 수장들이 정부의 외풍으로부터 업권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겠지만 정작 업권 안팎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앞날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올해 11월과 12월에는 국내 주요 금융업권별 협회와 금융 공공기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일부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1월 13일 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이어 은행연합회도 지난 11월 23일 ‘반관반민’ 출신인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세웠다.

또한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11월 26일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보험연수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 이사장에는 지난 11월 초 관직을 떠난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내정됐다.

이와 함께 정부(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율이 93.85%에 이르는 SGI서울보증의 사장 자리에도 금융 관료 출신인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자리했다.

최근 금융권 각 기관과 단체,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등극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금융권의 각종 요직에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 셈이 됐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나 진웅섭 전 금감원장 등 스스로 단체 수장직을 고사한 이들을 뺀다면 대부분 업계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 사장이나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남은 자리에 대해서도 전직 금융 관료 출신 인사들의 하마평이 끊이지 않고 있어 ‘관피아 금융권 장악’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로 취임했거나 앞으로 취임할 이들이 업계 숙원사업을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은 전통적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간의 규제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만큼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나 신(新) 지급 여력 제도(K-ICS) 도입 등의 현안 해결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각 기관과 단체로 입성한 이들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가깝다는 점을 기대하는 눈치다. 김광수·정지원 회장은 은 위원장과 행시 동기이고 손 이사장 내정자는 최근까지 금융위에서 호흡을 같이 맞췄으며 유 사장은 은 위원장의 40년지기 고향 후배다.

이 때문에 각 업권에서는 기관·단체 수장과 은 위원장이 업무적 관계는 물론 사적인 관계도 돈독한 만큼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해 업권 현안 해결에 큰 힘을 보태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긍정적인 시각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훨씬 많다. 우선 관피아와 정피아 인사가 금융권 각 협회와 기관을 장악하는 동안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가 단 한 줄의 경고 메시지도 없이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숱하게 이뤄졌던 전직 관료의 산하 단체 이적을 ‘비리의 원흉’이자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의 인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태도를 보면 오히려 뒷짐을 지고 모든 일을 방관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전직 관료들의 금융권 협회장 독식을 비판했던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어느 순간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줄이더니 민간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던 은행연합회 회장과 생명보험협회 회장에 전직 관료 출신이 선임될 때는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에 목소리가 큰 사람만 내세웠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작정 규제를 풀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한 가운데 적정 규제 안에서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전문성이 있느냐는 비판이다.

최근 한 금융권 협회장 인선에 관심을 뒀던 금융권 인사는 “최근 은행과 보험회사가 왜 돈을 그리도 힘들게 벌고 있는지 근원적 원인과 대안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당국자들과 무슨 대화를 해서 생산적 대안을 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생산적 대안을 내지 못하면 금융권 협회와 기관이 정부 당국의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금융권을 향해 각종 정책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경우 업권이 처한 시장 상황을 언급하면서 합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러기보다 정부 정책에 순종하는 ‘거수기 회장’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 정부가 내놓는 금융정책의 기조가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정피아·관피아 회장들이 ‘예스맨’ 역할에 그친다면 이들의 행동 때문에 금융권에 막대한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만만찮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를 향해 숙원사항 해결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합리적으로 반박하고 업권 전체가 공생할 수 있는 전략을 정부에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수장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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