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분쟁 번번이 진 KCGI···엑시트냐, 장기전이냐

최종수정 2020-12-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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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새 주주된 산은, 조원태 회장 백기사로 분류
지분차 줄이려면 최소 2천억 필요, 유통주식수 부족
2018년 말 분쟁 시작···소송전 남발, 유의미 성과 無
한진그룹 정상화 명분, 산은이 ‘경영 감시자’로 대신
태생적 한계 탓 출구전략 불가피···장기전 가도 불리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KDB산업은행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면서 2년 넘게 이어지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 업계에서는 분쟁 동력과 명분이 희석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출구전략을 짤지, 장기전을 도모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한진칼이 실시하는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기 위한 첫 절차다. KCGI는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진칼은 보통주 706만2146주를 주당 7만800원에 발행한다. 새로 발행된 주식은 오는 22일 상장하고, 산은은 지분율 10.66%를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KCGI와 손을 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일가 3인의 한진칼 지분은 18.30%(보통주)다. 특별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 22.44%다.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과 대한항공 사우회 등(3.78%), 한일시멘트(0.39%), GS칼텍스(0.24%), 경동제약(0.02%)을 더하면 41.77%가 된다.

반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각각 6.49%, 19.55%, 19.20%이다. 보통주 기준 총 지분율은 45.24%이고, 한진칼 신주인수권까지 더하면 46.71%다.

유상증자 완료 후 지분율은 조 회장 측이 37.25%, 3자연합이 40.42% 수준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산은을 조 회장 측 세력으로 놓으면 지분율은 47.91%로 늘어나고, 3자와의 격차는 7%포인트까지 벌어진다.

3자연합이 신주인수권을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환한다면, 지분율은 41.86%로 소폭 오른다. 기존 주주 지분율은 재차 하락하지만, 조 회장 측은 46.75%로 여전히 우위를 점한다. 양측간 격차도 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된다.

시장에서는 KCGI가 더이상 지분 전쟁을 벌이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KCGI가 조 회장 측을 앞서기 위해서는 한진칼 전날 종가 기준(7만2800원) 최소 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주식수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을 제외한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12%에도 못 미친다. 기관투자자와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소액주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유통주식수는 10% 미만으로 보인다.

2018년 7월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표방하며 설립된 KCGI는 한진그룹을 첫 타겟으로 설정하고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경영개입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안하면서다.


KCGI는 한진칼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며 소액주주 위임장 받기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한진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CGI는 이사 선임 등이 담긴 주총 의안을 상정할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KCGI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KCGI의 지분 보유 시기가 6개월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항고했고, 2심 재판부는 한진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안상정이 불가능해진 KCGI는 지난해 3월 주총에 오른 안건마다 반기를 들었다.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안도 총력 저지했지만, 실패했다.

주총에서 완패한 KCGI는 소송전을 남발하며 한진그룹을 흔들기 시작했다. KCGI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과 조 회장의 ‘회장’ 선임 과정을 문제 삼으며 검사인 선임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의 사항이 기각됐다. 한진칼 단기차입금 증액의 위법성을 꼬집으며 조 회장과 석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도 했다.

올해 3월 주총을 앞두고는 KCGI와 동맹전선을 구축한 반도건설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참가 목적을 숨겼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됐지만, 결국 기각됐다. KCGI는 대한항공 사우회 등이 조 회장 우호세력임에도 특별관계자에서 배제된 것은 위법하다고 반발하며 맞섰다. 법원은 이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3자연합은 주총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지만, 표결에서 완패했다. 이사회 진입과 정관변경도 불발됐다. KCGI는 즉시 주총결의 취소 소송을 냈지만, 아직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KCGI는 2년간 경영권 싸움을 이어왔지만, 승전보를 울릴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자 지분이 주식담보대출로 묶여있는 만큼, 실익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 새 주주로 등장한 산은은 KCGI의 분쟁 명분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산은은 경영진에 대해 경영 감시와 견제 권한을 가지게 됐고,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이 발생할 경우 윤리경영위원회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 뒀다. 또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자본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에 KCGI가 주장한 ‘한진그룹 정상화’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 때문에 KCGI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출구전략을 고안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한계를 감안할 때, 비교적 주가가 높게 형성됐을 때 탈출하는 방안을 고심할 것이란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슈를 끌고갈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공적자금 수혈로 정부를 등에 업은 만큼,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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