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차 은행장이 회장 후보? DGB금융 ‘임성훈 미스터리’

최종수정 2020-12-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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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취임’ 임성훈 은행장, 그룹 차기 CEO 후보군에
일각서 ‘지주 회장-은행장 분리’ 원칙 파기 논란 제기
격무 바쁜 취임 초기 은행장, 現 회장 연임 들러리로?
김태오 회장 성과였던 ‘지배구조 투명화’에 흠집 우려

지난 10월 7일 대구 수성동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구은행장 이·취임식에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성훈 대구은행장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DGB금융지주 제공
DG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 3명을 압축한 가운데 일각에서 후보군 선임에 대해 다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식 취임 이후 불과 두 달 정도 된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차기 회장 후보 등장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회장 선임 가능성이 낮은 임 은행장을 회장 후보로 내세운 것은 김태오 현 회장의 무난한 연임을 위한 ‘들러리’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상황이 됐다.

DGB금융지주 이사회 산하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임기 종료일 기준 6개월 시전 시점인 지난 9월 23일 회의를 열어 경영 승계 개시 절차를 시작했고 지난 27일 후보군에 대한 내외부의 각종 검증을 통해 최종 후보군 3명을 확정했다.
후보군에는 지난 2018년 취임 후 무난히 그룹을 이끌어 온 김태오 회장, 지난 2년간 진행한 CEO 육성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대구은행장이 된 임성훈 은행장, 대구 출신 금융인으로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성장에 이바지했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사장 등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올해 안에 면접과 회추위원 회의 등의 과정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군 3명이 발표되자 김 회장이 연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는 관측을 내놨다. 경쟁하게 된 이들이 김 회장보다 경력 측면에서 뒤처지는 감이 있는 만큼 김 회장이 연임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다수 관계자의 예상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후보군 선임이 적절치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장으로서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임 은행장이 차기 지주 회장으로 선임한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비판이다.

임성훈 은행장은 1982년 대구은행 입행 이후 40년 가까이 대구은행에서만 일한 ‘DGB맨’이다. 단순한 경력만 놓고 본다면 임 은행장도 회장 후보로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DGB금융 이사회 측이 ‘회장-행장 분리 원칙’과 새로 취임한 은행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원칙을 일부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 2018년 불명예 퇴진한 박인규 전 회장의 후임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키로 했다.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탓에 각종 비리 사건이 터졌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직제 분리가 필요했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외부(하나금융그룹) 출신인 김태오 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했고 대구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검증한 후 후임 은행장을 새로 뽑기로 했다. 그리고 새 은행장이 뽑힐 때까지는 김 회장이 202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DGB금융은 김 회장 취임 후 약속대로 장기 프로젝트인 CEO 육성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파격을 대구은행장 선출 과정에 선보였고 2년여의 프로그램 진행을 거쳐 임성훈 당시 부행장보를 차기 은행장으로 확정했다. 대구은행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그러나 이미 은행장 취임 이전 시점인 9월 말에 회장 후보 롱리스트에 임 은행장이 올랐고 은행장 정식 취임 후 고작 두 달여 만에 차기 회장 후보로 오른 것은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 등장했다.

더구나 DGB금융의 다른 계열사 CEO를 후보로 낼 수 있었음에도 현직 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세운 것은 2년 전 만들었던 ‘회장-행장 분리’ 원칙을 스스로 깨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만약 이 원칙 아래서 임 은행장이 새 회장이 된다면 고생 끝에 뽑은 대구은행장을 다시 뽑거나 김 회장에 이어 ‘한시적 은행장 겸직’이라는 기괴한 체제가 다시 등장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지배구조의 혼란을 알고 있으면서도 후보 선임을 강행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준비하면서 자칫 본업인 은행장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허인 국민은행장이 최종 후보로서 완주한 전례가 있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당시 허 은행장은 임기 만료를 몇 달 앞둔 상태였기에 취임 초기인 임 은행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에 대해 DGB금융 측은 “임 은행장이 이미 오랫동안 대구은행에서 일해왔고 2년여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도 거친 만큼 은행장 업무 수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임 은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고 오히려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매우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취임 초기의 임 은행장을 김 회장 연임의 ‘들러리’로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은행장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김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싣고자 중도 사퇴할 경우 김 회장은 매우 손쉽게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례들이기에 결코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사업구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CEO로 내세워야 하는 지방금융지주의 특성상 CEO 인력 풀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현직 은행장을 후보로 내세우면서 석연찮은 논란을 키운 것은 지배구조 투명화에도 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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