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진家 특혜?···‘아시아나항공 구제’가 핵심

최종수정 2020-11-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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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한진칼 출자, 총수일가 백기사 논란
3자연합 지분 희석 불가피, 안팎서 논란 확산
의무조항 미이행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박탈 명문화
대한항공 말고 인수처 없어···글로벌 네트워크 필수
코로나 위기상황 돌파·국가 경쟁력 유지 모두 충족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KDB산업은행의 출자가 ‘총수 특혜’라는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항공업 특성상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곧 경쟁력인 만큼, 조원태 회장 외엔 대안이 없다는 시각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항공업 경험이 전무한 외부 세력이 통합 항공사의 새 주인이 된다면, 국내 항공산업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 출자…철저한 안전장치=이번 논란은 산은이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그룹 지주사 한진칼로 총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데서 시작됐다. 산은은 50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한진칼이 발행하는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다. 한진칼은 여기서 마련한 현금 중 7318억원을 대한항공이 실시하는 2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한다.
특혜 논란을 잠재울 안전장치는 일찌감치 마련했다. 산은과 한진칼이 지난 16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는 ▲산은 지명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위원 선임 ▲주요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과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 엄격한 7가지 의무 조항이 담겼다.

산은은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보통주 6.52%, 우선주 0.53%)을 담보로 잡고, 그가 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또 조 회장이 미흡한 경영성과를 낸다면, 보유 지분을 자체 처분해 퇴진시킨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지분 희석’ 3자연합 중심으로 특혜논란 확산=시장 안팎의 반발은 극심하다. 3자 주주연합(조현아·KCGI·반도)은 전날 “한진칼 지분구도를 크게 변동시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산은이 한진칼 주주로 등판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3자연합이다. 산은은 유상증자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진칼 지분구도를 살펴보면, 보통주 기준 3자연합은 45%대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1%대다. 하지만 유상증자 완료 이후 3자연합 지분율은 42%대로,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37%대로 내려앉는다. 조 회장은 산은을 우군으로 잡는다면 5%포인트 가량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산은과 공적자금이 특정 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가 조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정 오너(사주)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서 말들이 많다”고 언급했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산업은행과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못을 밖은 상태다. 조 회장 역시 “산은이 인수 의향을 먼저 물어봤고,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항공업 특성 고려해야…외부세력 경영권 잡으면 공멸 한순간=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는 그룹 지배구조를 최대한 건들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결정됐다. 산은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이후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주사 20% 지분 요건을 미달하게 되고, 양대 항공사 통합시 지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이 외부에서 자금을 대출 형식으로 빌리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이 여파는 자회사로까지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 상황에서는 대한항공 외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은은 국내 5대 그룹과 항공업을 영위하는 타 그룹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항공 관련 법령상 외국계 자본의 유입도 불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대형항공사(FSC)로,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일한 경쟁자다. 단거리 노선과 소형기 위주로 기단을 운용하는 저비용항공사(LCC)와는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

항공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산업으로, 얼라이언스 등 동맹과 항공기·엔진 등 제작사, 파이낸싱 업체까지 전 분야에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 핵심이다. 각국 항공사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도태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45년간 대한항공을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글로벌 인맥이다. 조 회장은 선친과 함께 해외 출장에 자주 따라나서던 조 회장 역시 여러 인맥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의 영향력은 아직도 곳곳에 미치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 또 아시아나항공 파산이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적 파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조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경영권 위협을 받느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모기업 한진칼의 주인이 바뀌면 코로나19 위기 타개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3자연합은 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정상화 방안으로 일본항공(JAL)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강성부 KCGI 대표는 “5000억원 적자이던 JAL을 항공 비전문가와 공대출신 IT 전문가들이 2조원 흑자로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항공산업이 글로벌 호황기를 맞은 만큼, 현 상황과 비교선상에 올려놓을 수 없다. JAL은 일본 기업사 중 최악의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법정관리 14개월 만에 회생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항공업 위기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는 국내 항공산업의 붕괴 저지와 경쟁력 확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산은의 명분쌓기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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