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 모럴해저드 부추긴 윤석헌 금감원장

최종수정 2020-10-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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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 “사모펀드 손해확정 전에도 배상” 발언
라임 ‘추정손해액’으로 피해구제 보도자료 뿌려
업계 “자기책임 원칙 무시·도덕적 해이 조장”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금융감독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윤석헌 금웅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라임, 옵티머스 관련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앞으론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빠른 구제 길이 열릴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전일(13일) 열렸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사모펀드 손실 확정 전이라도 추정손해액을 근거로 피해자 구제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되면서부터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14일 손해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때문에 라임 등 사모펀드에 돈을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금감원이 보다 빠른 피해 구제를 위해 손해액 확정 전이라도 판매사가 사전 합의하면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은 당장 환영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섞여있다. 손해액을 추정해 투자자들에게 선보상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과 동시에 향후 자본시장 위축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잘잘못을 따지기 전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투자자 책임 원칙을 무너뜨리고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나쁜 선례라는 지적이다.
◇‘소비자 보호’ 잣대로만? “떼 쓰면 다 보상해줄 판” = 금투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소비자 보호’ 잣대로만 일을 결정짓는 것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원금 100% 반환 결정’을 또다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금감원이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를 투자한 피해자들에게 ‘100% 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판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부실펀드 처리 과정에서 금감원의 ‘나쁜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당장 라임자산운용의 다른 펀드들과 옵티머스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등도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 사모펀드 환매중단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라임 일부 펀드만 전액 보상해준다는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상황이 이러하니 “떼쓰면 다 보상해줄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전히 금감원 면피용? ‘모든 책임 판매사에 떠넘기기’ 비판 =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대원칙을 감안할 때 100% 배상은 지나쳤다”, “이제 사모펀드에 투자해 손실이 나도 소송을 걸면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이 계속적으로 ‘소비자 보호’라는 이미지 구축 위해 판매사들 상대로만 하는 보상안을 제시하자 이러한 말들이 계속적으로 나온다. 금감원은 당장에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보상과 징계 등 모든 책임은 여전히 판매사들만 지고 있다.

즉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라는 핑계로 구체적인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을 여전히 판매 금융사에게만 떠넘긴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에도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이 이전부터 도마에 계속 오르자 당국이 ‘뒷북 대응’, ‘감독 실패’라는 후폭풍에서 비켜가기 위해 고강도 보상방안 마련(100% 전액 보상)에 나섰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전일 열렸던 국감장 안에서의 윤석헌 금감원장의 모습을 두고 이런 논란은 계속 됐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 파악도 마치지 않은 채로 국정감사에 나와 “살펴보겠다”, “알지 못했다”는 등의 답변만 하다가 그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책을 받았다. 감싸주던 여당 의원들조차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더라도 이번 사후 대책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비판을 가세하기도 했다.

◇사기수법에 돈 잃고도 ‘투자자 책임’ 강조하냐며 반발 = 문제는 당국이 책임을 판매사에게 떠넘기다 못해 ‘투자자 책임 원칙’까지 무너뜨려 자본시장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는 데 있다. 즉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돈부터 반환해준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용도 하지 않은 ‘사기 상품’에도 ‘투자 책임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운용상 문제가 아닌 운용사들이 사기 상품을 만든 것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책임질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한 피해자 A씨는 “투자 제안서대로 투자되고 손실이 생겼다면 투자 설명을 듣고 동의한 투자자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문제된 사모펀드들 같은 경우는 단 한 번도 투자 설명서대로 투자된 적이 없다. 이런 경우도 투자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이냐”라며 따져 물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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