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개막]현대차 세계 5위 만든 MK···아들에게 “모빌리티 시대 열어라”

최종수정 2020-10-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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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정의선 체제 신뢰···미래 혁신 당부”
자동차 명예의전당 헌액된 ‘도전의 승부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오르면서 부친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회장직에 오른 지 20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최근 정 명예회장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자동차 업계 위기감을 고려해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모빌리티 전반에 걸쳐 기존의 미래 예측을 점검하고 정밀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판단을 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최근 몇 년간 정 명예회장은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조응하는 그룹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결단과 개방적 협력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큰 신뢰를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가족들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과를 졸업하고 1970년 2월 현대차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1974년에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하면서 독자경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7년에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을 세워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했다.

형인 몽필씨가 1982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장자 역할을 했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오르며 작은 아버지인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대신 현대차 경영권을 잡았다.

정 명예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한 ‘도전의 승부사’로 불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단기간에 글로벌 5위로 올렸으며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품질과 현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부도 이후 국민의 혈세로 운영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던 기아자동차, 한보철강은 물론 현대건설을 인수해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지방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2000년 9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10개 계열사와 자산 34조4백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말 현재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천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저력은 시장을 쫓아 해외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성했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명운을 건 도전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경영철학이 대변하듯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전 세계를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서플라이 체인 혁신을 매개로 협력업체의 글로벌 성장도 촉진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시 국내 부품업체 공동 진출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동반성장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국내 소재산업 도약도 이끌었다. 일관제철소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 같은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인정받아 ▲2004년 ‘비즈니스 위크’ 최고 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 CEO ▲2009년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 정몽구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몽구 회장의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헌액 이유를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1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으로 다시 한번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로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현재 병세는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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