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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말하는 공사비 증액 논란

[정비사업 티키타카] 건설사가 말하는 공사비 증액 논란

등록 2020.10.06 19:21

이수정

  기자

진행 과정 긴 정비사업···조합 측 트랜드 반영 원해내부서도 ‘거주’vs‘투자’ 의견 달라···공기 지연 계속10여년 이상 된 사업지···비교 가능 제안서 없어 오해“무조건 증액 제한 능사 아냐···단 법률 검토 반드시”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

“여러 환경적, 상황적 요소들이 개입되면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 5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당연히 그동안 트랜드도 바뀌고 더 좋은 기술이 나오게 되는데, 조합원이 이를 원하면 공사비는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법상 설계도 바뀌는데···” (A대형건설사 브랜드 관리자)

“10년 전만 하더라도 정비사업 제안서는 20~30장짜리에 불과했다. 그전에는 A4용지 3장에 시공사·신용등급·가격 정도만 딸랑 적어 제출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문에 1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해 온 곳에서는 이전 지표와 비교 자체가 어려워, 기하급수적으로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수치상으로 많이 늘어난 것 같지만, 인플레이션 및 화폐 가치를 계산해보면 과연 그럴까.” (B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

6일 정비사업계에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 관련 논란이 터져 나왔다.

내용인, 즉 지난달 5일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이 조합 이사진에 공사비 899억3800만원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획에 대해 설명 했다는 것.

삼성물산은 “공사비 증액에 관련한 공식 문서를 보낸 적 없으며, 조합 측의 ‘옵션 고급화 적용 시 비용 문의’에 대한 구두 답변을 한 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관련 논의에 불도 붙지 않았음에도 이슈가 될 만큼 공사비 증액은 예민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시공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조합원을 속이는 것이란 비판도 있다.

실제 C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애초에 공사비를 맞추기 힘든 현장이었을 경우 착공 이후에 공사비 인상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내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논란을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비사업 고유 특성이 반영된 결과임을 간과할 수도 없다. 실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그게 다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우선 시공사 선정부터 분양까지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되는 정비사업 특성상 즉각적 트랜드 반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합에서 새로운 마감재를 원한다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이수길 기자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이수길 기자

B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추가 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통 실거주 조합원들은 옵션이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을 테고, 투자자들은 추가 분담금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비대위가 생겨나고 조합이 해체되고, 사업이 지연되면 또다시 공기가 늘어나 공사비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책 변화도 공사비 분쟁에 영향을 미쳤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적률 몇 층 더 올려준다든지 하는 정책은 조합원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보통 조합은 설계를 바꿔서 수익을 더 창출할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 변경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10년 이상 사업이 진행돼 온 사업장의 경우 과거와 현재의 제안서 항목 및 형태가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있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시절에는 A4용지 3장에 시공사·신용등급·가격 정도만 적어서 제안서를 냈다”며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했었지만, 이런 사업장의 사업이 아직 진행되는 경우에는 비교 지표가 확실치 않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를 해산시키기 위해 이슈를 이용하기도 하며, 조합원 내부 알력 다툼으로 인한 공기 지연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형 건설사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부분 정비사업지 내부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 위한 물밑 요구가 빗발친다.

D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는 시공권을 따낸 뒤에도 조합과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했던 계약을 바꾸면서 공사비가 오르는 것”이라며 “아주 다양한 형태로 압박이 들어오는데, 기존에 했던 계약이 있지만 옆 단지 스펙을 보니 더 좋아 보여 옵션 사항을 더 늘려달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진행 과정이 긴 정비사업 분야에서 공사비 변동을 아예 못 하도록 해버리면 대부분 선분양이라는 국내 시장 특성상 수요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우려도 있다”며 “대신 건설사들의 공사비 인상 꼼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조합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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