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탐구]외국계 증권사 CLSA는 왜 文 대통령을 조롱했을까?

최종수정 2020-09-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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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계 증권사 CLSA, 정부 발표 ‘뉴딜펀드’ 작심비판
폴 최 리세처센터장 “文, 펀드매니저 데뷔···버블 조장”
정부 출범 초기엔 코스피 4000 긍정 전망 내놓기도 해
지난 3월 ‘문 지지자의 심중’ 보고서 때 부터 비판 선회
증권가 “대통령 이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건 이례적”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펀드매니저들이여, 조심하라. 당신의 대통령이 당신의 경쟁자가 됐다.”

지난 7일 홍콩계 증권사인 CLSA가 펴낸 보고서의 일부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문재인 대통령, 펀드매니저로 데뷔하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라는 다소 조롱 섞인 표현이 사용됐다.
작성자는 CLSA 서울지점의 폴 최(Paul Choi) 리서치센터장이다. 앞서 최 센터장은 현 정권 초기에 개혁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또 CLSA는 지난 2017년 ‘코스피 4000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통해 “코스피가 새 정부 임기 말인 2022년에 400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약 3년 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펀드’에 대해 작심 비판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뉴딜펀드를 통해 펀드매니저로 데뷔하면서 기존 펀드매니저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금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정부 조성 펀드를 민간 펀드가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뉴딜 펀드는 이미 뜨겁게 상승한 업종에 추가적으로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정부는 버블 조장에 앞장섰고, 우리 모두 버블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투자 이익을 제공해 표를 얻고자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을 생산적인 산업으로 이동시키고 펀드로 시민들에게 투자이익을 안겨 표를 얻는 것”이라며 “이는 도덕적 해이의 궁극적인 조장이자 구축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펀드 조성으로 ‘BBIG주’는 수혜를 보겠지만 뉴딜로 이익을 보지 못하는 다른 주식과 관련된 민간펀드는 패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CLSA와 최 센터장은 현 정권 초기 전대미문의 ‘코스피 4000선’ 도달을 전망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미래를 어느 증권사보다도 좋게 봤다.

당시 CLSA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코스피가 최고 4000까지 이를 수 있다며, 부패세력을 척결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한국의 모습이 “이번에는 정말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고 했다.

CLSA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됐을 뿐 아니라 배당 성향이 낮고, 재무제표상 효율성이나 기업 지배구조 역시 바닥 수준”이라며 “한국증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자체 역사적으로도 여전히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구속 등을 보면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1987년 민주화운동 때처럼 1998년 경제위기 극복 때처럼 부패·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이 최근 보고서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최 센터장은 지난 3월에도 ‘문 지지자의 심중(Inside the minds of Moon supporters)’이라는 제목의 영문 보고서를 통해 문 정부의 경제정책과 지지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국 관련 투자 보고서들에 대해 CLSA 측은 “정권 비판 의도가 아닌 클라이언트들을 위한 한국 투자 전략을 분석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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