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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살린 윤석헌, ‘소비자보호’ 고삐 죈다

체면 살린 윤석헌, ‘소비자보호’ 고삐 죈다

등록 2020.09.01 13:08

주현철

  기자

라임펀드 판매사, 분조위 권고 수용···‘전액배상’ 첫 사례앞서 키코사태 등 늘어난 분조위 권고 불수용 사례 반전편면적 구속력 언급 이어 여당 법안 발의까지 전방 압박임원회의서 소비자 피해구제 강조···향후 분쟁조정도 주도권

사진=금융감독원 제공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권고 당시 금융사들의 거부로 체면을 구겼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이 ‘투자원금 전액 반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기로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는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 펀드 100% 반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투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됐다.

각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반환해야 할 금액은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가 ‘전액 배상’을 권고한 것도, 금융사들이 이를 수용한 것도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최후통첩 기한인 지난 27일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금감원의 거센 압박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다.

이번 수용 결정은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윤 원장이 직접 압박에 나서면서 거스를 수 없게 됐다는 해석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번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피해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로서는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특히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영실태평가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고, 불수용시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키코(KIKO) 분쟁조정 과정에서 6개 대상 금융사 가운데 5곳이나 수락하지 않자 이번에는 금감원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여당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판매사로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금감원 분조위 권고에 대한 금융사의 거부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이뤄진 총 23건 가운데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은 경우는 8건에 달했다. 최근 4년 간 금감원의 권고 3건 중 1건은 금융사로부터 거부당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금감원 분조위 권고에 대한 구속력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분조위 결정은 말 그대로 강제력이 없는 ‘권고’이다 보니 금융사들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거나 차일피일 답변을 미뤘다. 이번에 금융사들로부터 ‘100%배상 권고’ 수락을 받아내면서 감독기관으로서 권위를 회복한 상징적 사건이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윤 원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금융회사들에게 ‘금융소비자 보호’를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비공개로 진행하는 임원회의를 금감원이 공개한 것은 지난달 21일을 시작으로 최근 한달 간 4차례다.

당시 윤 원장은 은행들의 점포 폐쇄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점포 폐쇄로 인해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 피해구제를 통한 금융권의 신뢰회복, 금감원 분쟁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구속력 부여’ 방안 등을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윤 원장이 본인의 소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부실 사모펀드 배상에 눈치를 보고 있던 금융회사들이 흘려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시중은행 임원들과 2금융권 사장단을 줄줄이 소집하려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기되기도 했다.

금소처는 지난 1월 말 윤 원장이 기능을 대폭 강화한 조직이다. 기존 6개 부서와 26개 팀이 13개 부서와 40개팀으로 커졌고, 인력도 278명에서 356명으로 늘었다. 또 금융상품의 약관심사와 모집·판매, 광고·공시,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감독 기능은 물론 민원·분쟁·검사 기능까지 수행하게 돼 영향력도 세졌다.

금융권에선 금소처의 업권별 대면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김은경 부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업과 소비자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다.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을 판매사들이 최초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김 부원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윤 원장이 ‘소비자 보호’에 고삐를 죄면서 향후 옵티머스 펀드를 비롯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사모펀드 분쟁조정 과정에서도 금감원이 주도권을 쥐고 금융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명분 아래 펀드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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